▲ 정은상(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낭독朗讀 독서란 눈과 입으로 정확하게 소리내어 책을 읽는 방법으로 영어로는 사운드 리딩sound reading이라고 한다. 독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필자는 지구상 인구만큼 독서방법은 많고 다양하다고 종종 말한다. 눈으로 읽는 묵독에 비해 낭독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사실 18세기 유럽이나 조선시대에서는 책을 빌려서 베끼고 돌려읽고 외우고 낭독하는 독서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필자의 어릴적에도 몇몇 남아있던 서당에서는 하늘 천 따 지를 따라 읽고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종이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슬그머니 낭독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낭독 독서를 재발견할 절호의 타이밍이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어 두거나 뭔가를 붙여두는 정도는 너무 평범하다.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다시 찾으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키워드를 모아 태그를 붙여 에버노트evernote라는 앱을 사용하는 분들이 늘었다. 필자의 경우에는 묵독하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구글 문서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부분 필사를 하는데 이때 낭독을 한다. 책 전체를 읽지는 않지만 중요 부분을 낭독함으로써 내용도 익히고 발음도 교정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다. 소숫점이나 물음표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필자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 문서가 유용한 이유는 검색하기가 용이해서 그렇다. 창직 코칭을 하면서 필자의 독서 방법을 자주 권하곤 한다.

 

시낭송 하는 분들을 가끔 만난다. 한국창직연구원 김임순 원장은 보건학박사이며 얼마전 대학을 정년 퇴직하고 창직을 했다. 김 원장의 시낭송은 정말 대단하다. 시를 얼마나 감칠나게 낭송하는지 듣는 사람의 감성을 깨우고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이렇게 낭독과 낭송은 감성을 터치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다시 낭독 독서로 돌아가자. 조용한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면 낭독 독서를 강추한다. 눈으로만 책을 읽으면 종종 딴 생각이 파고 들지만 낭독하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로지 책읽기에 전념할 수 있다. 필자처럼 강연을 하고 글을 쓰는 분들에게는 더욱 낭독 독서가 유용하다. 발음도 교정하고 눈으로 띄어 쓰기를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 글은 띄어쓰기가 꽤 어렵다.

 

낭독 독서의 힘은 대단하다. 효과도 탁월하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한번 시도해 볼만하다. 여러 명이 모여 함께 돌아가면서 읽는 교독도 좋은 방법이다. 교회에서는 성경 구절을 교독하는 경우가 많다. 중세시대에는 성직자만 낭독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낭독할 수 있다. 교독을 하면 생각을 집중하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데 효과적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우리 인간의 존재의 무게 중심은 눈이 아니라 귀이며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라고 하며 존재의 평형수를 채우려면 이미지가 아니라 소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소리에는 둔감하고 이미지에만 너무 매몰되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낭독 독서는 대단한 재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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