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상(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가끔 필자에게 독서를 하고 싶은데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난감한 질문이다. 솔직히 책은 추천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좋은 책이란 사람마다 상황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를 본격적으로 하고자 하는 분에게는 독서방법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와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라고 권한다. 필자도 지금처럼 독서하기 전에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책을 추천하지 않고 추천해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물론 창직을 위한 그룹 코칭을 할 때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책은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독서를 하다보면 책 속에 책이 있음을 발견한다. 물론 저자들의 독서는 필자와 당연히 다르겠지만 그들이 독서했던 책 중에 필자에게 큰 도움을 되는 책을 가끔 만난다.

 

사실 책을 고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을 잘 못 고를까봐 노심초사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책은 많이 골라 본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좋은 책을 잘 선택한다. 다시 말하면 잘 못 골라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그렇다는 뜻이다. 필자도 누군가의 권유나 책을 통해 제목과 목차 정도를 훑어보고 책을 잘 못 고른 적이 많다. 어떤 책은 앞 부분을 조금 읽다가 아예 젖혀둔 책도 더러 있다. 책을 잘 못 고른 것을 후회하기보다 그런 책도 있나보다 생각하며 그냥 넘어간다. 오죽하면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여든 나이에 독서의 어려움을 호소했을까? 독서의 어려움은 책 선정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아무튼 책 선택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정하기 위한 노하우를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한다.

 

그래도 비교적 마음에 드는 저자가 책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책은 확률적으로 실패가 적은 편이다. 저자가 설파하는 책에 담긴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책이라면 더더욱 유익하다. 그래서 필자는 독서하는 중에 소개되는 책을 메모해 두거나 가끔 그 자리에서 즉시 구매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책 구매욕이 왕성해져서 읽어야 할 책이 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읽을 책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특히 매주 여러 편의 칼럼을 쓰는 필자로서는 읽은 책이 많을수록 글감이 늘어간다. 독서하는 중에 글감이 떠오르면 메모장에 떠오른 제목과 읽던 책의 페이지를 적어 둔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칼럼을 쓸 때 참고한다. 물론 저자가 책에 쓴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고 필자의 시각과 견해에서 재해석 한 다음 글로 써내려 간다.

 

책에서 책을 찾는 방법은 꽤 효과적이다. 비교적 다양한 저자들이 비슷한 주제를 얘기하면서도 제각각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기 때문에 그렇다. 얼마나 많이 읽느냐보다는 어떻게 읽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물론 정독하면서 많이 읽으면 더 없이 좋겠지만 시간의 제약을 받고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를 염려하지 말고 왜 읽어야 하는지 목표가 뚜렷하면 책 속에서 찾는 책도 그런 방법으로 머리에 들어온다.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책을 소개하면 자신이 정해 둔 키워드 독서는 물론 다양한 독서가 가능하다. 독서는 참 어렵다. 하지만 요령을 터득하고나면 독서는 아주 쉬워진다. 책 속에서 책을 찾아내는 방법은 참 재미있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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