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성 (작가 겸 군선교사)

무작정 용감하게 썼다. 내가 발가벗겨지는 것도 모르고…….

출판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첫 번째, 두 번째 책이 그렇게 쓰였다. 이런 무모함이 있었기에 감히 여기까지 왔고 오늘도 글을 쓴다.

 

원래 학문은 원리와 방법을 익히고 실행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책들은 전반부에서 이론을 다루고 후반부에 가서 실천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는 방법론을 떠나 일단 써내려가는 역방향의 길을 걸었다. 물론 글쓰기 관련된 책을 스쳐 가듯 읽었지만 두 권의 책을 집필하면서 심적 압박으로 글쓰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쓸 틈이 없었다.

 

이후 인생 삼모작 시점에서 글쓰기, 책쓰기를 목표로 정했다. 신문칼럼 베껴 쓰기, 관찰 글쓰기. 시 창작을 하고 관련도서를 섭렵해가며, 강의(오픈, 온라인, 유튜브)도 수강했다. 배우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스승이 나타난다더니 좋은 멘토를 만났고, 유용한 책들도 접함으로 시야가 트이며 막힌 곳을 뚫어주는 지식과 정보를 얻었다.

 

실력이 쌓여가니 그동안 내 책을 읽은 젊은 병사들에게 좀 더 세련된 글을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맥의 메인아이디어는 내 삶의 ‘경험적 메타포’에서 추출되었고, 인생 살아가는 지혜를 전하려는 진심이 담겨져 있기에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작가 닐 게이먼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당신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당신보다 더 똑똑하고 우수한 작가들은 많다.”

 

그렇다, 젊은이들에게는 내 경험은 천년의 세월이다. 달구지에서 소나타까지, 호롱불에서 상들리에 등불까지, 책보자기에서 명품 책가방까지가 천년이 아닌가. 또한 30여 년간 회사 근무하면서 자재부를 거쳐 조달과장 업무를 했으니 시황을 알고, 10년간 은행지점장 생활로 돈의 흐름과 사람들의 흥망성쇠를 알고 있지 않겠는가. 아울러 신학을 이수하여 인간내면의 욕망과 아름다움도 이해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꾸로라도 무작정 써보면 글쓰기 방법이 보이고, 길이 트이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어차피 내 안 용량대로,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담겨지는 것이 지식의 세계이다. 일단 책을 쓰고나니 내 속에 지식과 정보의 방(콘텐츠)이 생성되어 다양한 글을 품을 수 있어 좋다.

 

100세 시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나, 환경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성숙을 추구하며 읽고 쓴다면, 글쓰기도 예술이니 인생은 충분히 길다. 이제 한 번 더 펜을 들고 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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