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완전 초보‘스티커를 부착하고 운전하는 기분이다. 조금씩 글 세계의 넓이와 깊이를 체득해 가지만 여전히 시야는 뿌옇다. 그래도 계속 가다 보니 써가는 도중에 비로소 희미하게 길이 보이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것을 경험한다.
비법은 없다. 무엇이든 ‘이것만 하면 만사해결’ 문구를 믿지 말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떠오른다. 글쓰기 비법도 마찬가지다. 비법은 없다는 것을 내가 깨닫는 순간, 바로 글쓰기 세계의 문이 열린다. 마치 ‘이것만 먹으면 만병통치’라는 건강비결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정시에 일어나기, 정시에 서서히 식사하고 과식 안하기, 하루에 만보 걷기가 다짐되어 매일 습관적으로 실행하는 것과 같다,
비법은 있다. 주로 글쓰기, 책쓰기 지도하는 곳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들의 주장도 일면 맞는 것 같다. 그러기에 글쓰기 초보자가 책을 출간하고 6개월 이내에 유명작가로 등장하기도 하니 말이다. 작가 조앤 롤랑이 홈페이지 ‘글에 관하여’에서, 글쓰기 향상에 꼭 필요한 다섯 가지는 읽기, 훈련, 회복력과 겸손, 용기, 독립성이라고 한다. 그는 독립성에서 ‘베스트셀러 쓰는 법.’ ‘책 출판이 되는 법.’ ‘글로 떼돈 버는 법.’을 알려준다는 조언에 저항하라고 말한다.
길은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비법이 없다는 것이 깨달아지는 순간, 글쓰기의 평범한 진리인 다독, 다작, 다상량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혼돈스럽던 글쓰기의 세계가 어느 시점이 되니, 전체가 이해되고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스쳐간 수많은 책과 강의들이 융합이 되더라. 바로 연결의 지혜로 내 속에서 자그마한 지적빅뱅이 일어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는 이유도 알게 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시야가 펼쳐지며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천히 가야 오래 갈 수 있다. 글쓰기는 나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작업인데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더불어 지적성취를 이루려면 홀로 외로운 수련의 기간이 필요하다. ‘고독은 생각의 둥지’라는 말도 있다. 나를 표출할 기회가 없는 부품화 된 듯한 사회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산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오직 글쓰기뿐이 아닌가. 신문칼럼과 명문장 베껴쓰기, 일기, 시, 에세이를 쓰면서 한걸음씩 걸어가 보자. 나태주 시인의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내 글도 그렇다.
목표를 세우고 매일 쓰다보면 인생의 구비마다 결과물이 산출된다, 그래야 세월 속에서 ‘게으르지 않고 살았노라’고 나에게 말 할 수 있다. 또 다시 펜을 잡으라고 권유하기가 왠지 쑥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