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상(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코로나바이러스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두기 캠페인이 자리를 잡고 있다. 원래 사회적 거리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친근하거나 소원한 감정적 거리였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물리적 거리의 개념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염병은 특히 사람과 사람의 대면에서 바이러스가 옮겨 가기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이동을 줄이고 집과 직장의 한정된 공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현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는 독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데 있다. 필자의 경우도 그동안 밀렸던 독서를 충분히 하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독서할 시간을 내지 못해 한참 미뤘던 책을 새삼 꺼내 읽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우리는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다. 지식과 정보는 넘쳐나고 게다가 스마트폰 출현 이후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너무 허둥대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처럼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차창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일과 삶에 쫓겨 허우적 거리며 살아왔다. 그러다 갑자기 열차가 멈춰섰다. 처음에는 잠간 멈춤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출발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필자는 중학교 다닐 때 시골에서 한 시간 거리를 열차로 통학을 했다. 그 때는 지금과 달리 증기기관차 였는데 중간에 꽤 높은 언덕을 지나는 코스가 있었다. 간혹 열심히 달리던 열차가 힘이 부족해 멈춰서면 비탈 길이라 그 자리에서 다시 출발하지 못하고 한참을 되돌아간 후 디젤기관차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언덕을 넘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전 세계 모든 열차가 동시에 멈춰선 느낌이 든다. 벽걸이 시계마저 멈춰선 기분이다. 사람들은 서로를 외면하고 마스크를 낀 채 말없이 다닌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를 책과 친해지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갈 때 보듯이 우리 삶의 여정 가운데 지금이 바로 한번 쉬어가는 정거장이라 생각하고 여유를 갖고 독서에 몰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학교도 개학하지 못하고 도서관도 모두 문을 닫아 오갈 때가 없다. 자가 격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TV를 보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독서 생활에 푹 빠져보면 어떨까. 이것도 모두 지나간 후 지금의 독서가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 두기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발돔움 하는데 독서만큼 유익한 것은 없다. 요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Zoom이란 서비스를 활용해 지인들끼리 비대면 독서 모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주 시간을 정해서 미리 읽었던 책을 두고 토론하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기에 아주 좋은 툴(tool)이다. 새롭게 독서를 시작하는 분들은 독서 방법에 관한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통해 독서 멘토를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독서하면서 요약하거나 부분 필사하는 것도 좋다. 독서를 한 후 서평이나 독후감을 남겨놓는 방법은 특히 권장할 만하다. 하루 속히 지긋지긋한 코로나바이러스19가 물러가기를 기다리면서 독서에 매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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