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헌책방의 대안, 헌책방 안에서 찾다

 

▲ 헌책방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인테리어가 뛰어난 '앵프라맹스'의 내부(조은비 기자)
인터넷의 발달과 대형서점 체인이 늘어나면서 동네 헌책방 및 개인서점은 점점 고사상태가 되고 있는 현재, 이곳을 살리기 위해 혁신을 꾀하는 이들이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헌책방 앵프라맹스의 김훈 대표다.

그는 기존의 헌책방이 가진 운영체계를 혁파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시작이 독특한 만큼 운영원칙도 독특한 '앵프라맹스(뒤샹의 신조어로 '눈으로 인지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한 차이'라는 뜻)'는 지역과 상생하고 지속가능한 헌책방을 지향하고 있다.

책만 파는 기존 판매정책으로는 헌책방의 부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느낀 김 대표는 카페 콘셉트와 사랑방·공부방의 특성을 더해 '소통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책을 비운 여백의 공간에 카페를 만들고, 곳곳에는 편안한 의자와 예술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문화 공간의 탄생을 알렸다.

"이제 헌책방은 단순하게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독자적인)문화를 갖고 독자들이 와서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앵프라맹스'의 여백이 있는 책장(조은비 기자)
김 대표는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정기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개최해 애독가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또 이곳은 예술 업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무료로 전시해주고 있다. 대관비용 등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신진 작가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일 터.

그뿐만이 아니라 작가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작품이 새겨진 휴대폰 케이스를 만들어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마련된 의자들(조은비 기자)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가게 내에 벼룩시장을 열어 주민들에게 색다른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며, 맞벌이 부부 가정의 자녀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어린이 전용 공부방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주민들이 만든 아로마 향초를 판매하고, 이를 기부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25명의 주민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며 뜨거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헌책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통'을 만들어야 합니다. 힘들다고 말만 하지 말고 여백을 두고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면 몇 십 년이 지속되는 헌책방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처럼 김 대표는 먼지 쌓인 책들이 가득한 기존의 헌책방 이미지에서 탈피해, 현대인의 정신적인 오아시스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의도적으로 책장을 비워 여백을 만들었다. 이는 책을 찾는 고객들에게 시야의 편안함을 선사하고, 색다른 경험까지 만들어준다.

이 곳의 또 다른 장점은 모든 책들을 전산처리화 한 것이다. 이 덕분에 고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책방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다. 이 역시 작은 차이이지만 꾸준히 찾는 이들에게는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아기자기한 입구(조은비 기자)
이 곳과 함께 헌책방의 새로운 샛별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앵프라맹스와 함께 은평구에 위치한 윤성근 대표가 운영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하 이나헌)' 이다.

이 곳은 여타의 헌책방과 달리 인터넷 판매를 하지 않고, 책목록만을 책방 사이트에 공지해 놓는다. 이는 곧 윤 대표의 경영철학을 의미한다. 이나헌의 책 대부분은 그가 모은 소중한 컬렉션이기에 '얼굴도 모르는 아무개에게 함부로 보낼 수 없다'는 이유로, 오로지 책목록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으로 헌책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금과 같은 판매정책을 고수하게 됐다고.

"저도 모든 책을 다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책의 컬렉션을 만든 후, 책방 홈페이지에 게재하면 책을 찾는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는 책들이니 추천하기도 편하고요"

▲ 헌책방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재기가 넘치는 안내 책자(조은비 기자)
이나헌은 헌책방으로서는 독특하게도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꾸려가고 있다. 독서모임은 매 회 정해진 책 목록을 공지 한 뒤, 그 책들을 읽고 싶었던 사람들이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때문에 어떤 책을 읽을지, 무슨 내용의 토론이 이루어질지 사전에 알 수 있어 인기가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로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는 독립영화나 컬트영화를 보는 모임도 가진다. 같이 보겠다는 사람 열 명이상이 모이면 날을 잡아 맥주와 음식을 곁들여 함께 관람한다. 이를 위해 내부에 빔 프로젝터까지 마련해 놨다.

또 이 주일에 한 번씩 밤새도록 책방을 운영하는 '심야책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늦은 시간대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서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이나헌의 지리적 위치상 아는 사람만 오기 때문에 사실상 단골들을 위한 것"이라며 '심야책방'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기자가 윤 대표에게 '헌책방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묻자 그는 기존 헌책방의 운영체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헌책방에서 책을 찾는 과정을 '보물찾기'에 비유했다.

"헌책방의 진미는 일반 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책 무더기 속에서 원하는 책을 발견할 때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이 때문에 기존 헌책방들이 운영체계를 고수하는 것 아닐까요?"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의 내부(조은비 기자)

또한 그는 "기존의 헌책방들과 이런 문화공간을 도입한 헌책방, 이렇게 둘로만 양분할 것이 아니라 백 가지, 천 가지라도 다양한 형태의 헌책방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취향은 한 두 개로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다만 그런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죠."라며 헌책방의 다양성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앵프라맹스’와 ‘이나헌’의 운영자들은 딱 '정답은 이거다'하고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도 끝에 고유한 특색을 찾는 것이 앞으로 헌책방들이 가야할 길이라고 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변치 않는 모습과 변화와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의 균형은 앞으로 헌책방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