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성(작가 겸 군선교사)

현대는 자기 PR시대이다. 나를 홍보하고 드러내야 알아주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반하고 열광하며 진실과 무관하게 믿기도 한다. 자기 홍보시대이니 은연중 ‘나는 매력적인 사람이야’라는 분위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다 보여주는 것만이 능사일까?

인간에게는 자랑본능이 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물론 숨기고 싶은 것도 있지만―본능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 많은 것, 큰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성형도 하고, 돈도 벌고, 큰 차도 탄다. 좋은 일만 있으면 몸과 입이 근질거린다. 자랑질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간파한 자, ‘왕위에 왕’인 간신이다.

17세기 스페인의 신부이며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신비감을 불러일으켜라! 자신의 의도를 타인에게 명백히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하라. 공개된 카드로 게임을 하는 것은 이미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즐겁지도 않다. 어쨌든 자신의 의도를 곧바로 드러내지 마라. 그런 행동은 사람들의 기대심을 높일 수 있다. ...신중한 침묵은 지혜로 무장된 성역이다.” 쇼펜하우어도 “다 보여주지 말라.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나는 하버드에서 인생을 배웠다》에서는 “내가 가진 패를 한꺼번에 보여주지 마라!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마지막 패를 꺼내지 않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다. 진정한 고수는 평범해 보이지만 막상 사귀고 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교제는 실제를

접촉하면서 이뤄지고, 한두 번의 교제로 다 알 수 있는 사람은 매력 없는 사람이다. 만날 때마다 느낌을 주고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영감을 줄까 기대하게 만드는 게 진정한 매력이다.”

철학자의 지혜와 하버드의 인생론, 그리고 《한 번쯤, 파리지앵처럼》에서 “인간끼리 가까워지는 것은 둘 사이에 미학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때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과시적인 자기PR도 생각해 볼일이다.

한때 새벽 등산을 했다. 산 중턱 큰 바위틈 속에서 솟아나는 옹달샘물은 퍼낼수록 맑고 깨끗했다. 한 바가지 떠 마시는 그 물맛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깊은 산속 옹달샘물! 만약 아끼고 남겨두면 물이 고여서, 맛도 안 날뿐더러 웅덩이 물이 되어버린다. 나는 이렇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인간관계를 해왔다.

진정한 매력이란 꾸밈없이 진심을 보여주는―물론 자신만의 깊은 비밀의 세계는 간직해야겠지만―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 자신도 매일매일 신선한 것으로 내면을 채워가는 삶이리라. 어제보다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매력은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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