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여행은 인간이해의 산 자산이며 경쟁력이다.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변호사 이석연의 공부비법이다.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가라는 것이다. 그가 낸 책의 제목(「책과 더불어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도 이를 그대로 닮았다.

이순(耳順)의 나이를 바라보는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책을 읽으며 균형을 잡는 삶의 태도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셈이다.

 

 

지난 4월9일 그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서울’ 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이 법률사무소의 대표 변호사다. 그런 그가 마지막까지 아낀 말은 ‘교만인우(交萬人友)’였다. 많은 사람들을 사귀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사람 이야기가 자주 흘러나왔다. 변호사 한승헌으로부터 시작한 사람 칭찬은 변정수 초대 헌법재판관에 이르자 절정에 다다랐다. ‘독만권서와 행만리로 그리고 교만인우’ 이 모든 문장은 한무제의 유산이다. 변호사 이석연이 가장 좋아한다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마지막으로 기록한 인물이다.

-가장 아끼는 물건이 무엇입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일기장입니다. 법제처장으로 일할 때 ‘어린이법제관’을 운영했는데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 300명을 대상으로 강연하면서 그때 쓴 일기를 직접 보여줬습니다. 책만 읽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글을 써서 기록으로 남기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자기 것이 됩니다. 읽으면서 글을 쓰고 글 쓰면서 읽는 것이 저만의 노마드(유목민) 독서법을 만든 셈이지요.

-여행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남이 안한 것을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정신이 필요합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아마추어들이 역사를 이끌어 왔어요. 때로는 무모한 것처럼 보여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계를 벗어나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습성은 여행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실패할 때도 많지만 그때마다 여행을 떠나 읽고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애들을 사랑한다면 여행을 보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변호사는 아들 셋을 뒀다. 아이들이 고3일때와 심지어 재수생일 때도 세계여행을 15일씩 다닌 그다. 보름정도 여행을 다녀오면 성적이 떨어지거나 대학을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고집스런 양육방식이기도 하다.

-개천에서 용나는 교육이 사라졌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성공신화를 써온 기성세대들의 생각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풍요롭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개척정신이나 투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저는 서울에도 개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멍가게를 하는 서민들이나 날품팔이를 하며 하루를 사는 약자들이 많은 곳이 서울이기도 합니다. 그런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꿈과 열정을 불어넣어주어야 합니다. 사랑으로 희망을 불어넣어주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지요. 학교교육이 그것을 담당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책을 많이 읽게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이 변호사는 중학교 졸업 6개월 뒤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지방대(전북대)를 나왔지만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통과해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경실련 사무총장을 거쳐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2008년 제28대 법제처장을 지냈다. 그런 그의 인생에서 전환점이 된 것이 대학 진학을 미루고 김제에 있는 금산사에 들어가 1년 10개월동안 동서양의 고전과 역사, 문학서 등 300여권을 읽으면서 인생과 사회에 대한 안목과 자세를 깨우친 것이다.

-법조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까?

변정수 초대 헌법재판관을 모시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그분은 늘 저에게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인간을 보라고 하셨죠. 법조인은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면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독서와 여행이 중요한 겁니다.

 

이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파울로 코엘료를 거명했다.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면서 남들에게는 이렇게 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연금술사」의 한 대목을 인용한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따라서 자신은 법조인이기 이전에 생활인이고 창조인이고 싶다고 했다. 책을 읽고 반드시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며 그것이 법조인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도 했다.

-(슬슬 장난끼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맘 먹은 대로 결단을 내리며 살아오셨는 데 그래도 못해서 아쉬운 것은 없습니까?

간 전문의 이건욱 박사를 아세요. 그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간을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게 가장 좋다고 말입니다.(웃음) 저는 다시 직업을 선택하라면 고고인류학자가 되고 싶어요. 징기스칸이나 알렉산더 대왕의 무덤을 찾는 일 말입니다.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땐 호기심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용기가 필요한 것이죠. 그때마다 책이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같은 심정으로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 습관이 쌓이면 살아가는 자신감이 생기는 법입니다. 이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았습니다. 시민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고락을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뜻입니다. 한편으로는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도 만들고 싶구요. 앞으로는 세금이 낭비되지 않는지 감시하는 일도 해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입니까?

공익소송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국가가 담배사업을 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따지기 위해 담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구상중입니다. 소송의 결과로 법이나 제도가 바뀌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을 공부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휴대폰 요금이 너무 비싸서 절반가량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휴대폰 요금이 가계비 지출 항목에서 세 번째로 많습니다. 여기에 낭비되는 세금들을 잘 들여다보면 충분히 복지예산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독서가이며 여행가로서 만난 이석연 변호사는 법이 좀 더 현실적인 삶에 유용하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자세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편, 그는 지난 2012년 5월 24일 [책권하는사회운동본부]상임대표로써 출범식을 가졌다. 책 읽는 가족, 책 읽는 마을, 책 읽는 기업, 책 읽는 사회를 통한 독서문화운동의 확산을 위해 범사회적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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