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하게 말해요
우리, 편하게 말해요

 

                                                  27분 30초

 

  책의 작가는 이금희 아나운서로 전반부에 숙명여대 미디어 학부 겸임교수로서 27분 30초의 경청의 힘을 깨닫게 된 사건을 이야기한다. 이금희 아나운서는 학교 앞 조용한 커피숖에서 학생을 한 명씩 만나서 30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여러분에게 30분의 데이트를 청합니다. 어떤 이야기든 좋으니 선배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저와 나누시면 됩니다. 저는 여러분 개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친구에게 털어놓고 싶은데 나와 경험이 비슷하니까 도움이 안 될 듯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저랑 하면 돼요.”

 “15년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니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게 되고,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

 그러던 어느 날 한 학생이 이 티타임 시간에 나눈 대화를 녹음했다고 한다.

 “내가 뭐라고 했어?”

 “30분 중에서 27분 30초를 저 혼자 얘기했더라고요. 선배님은 이런 말씀만 하셨어요. 그랬구나, 그래, 힘들었겠네, 장하다, 기특하네.” 라고 하셨지요.”

 이금희 아나운서는 27분 30초의 경청의 시간을 통해서, 다음 주 수업 시간 강의실로 들어서면 신뢰의 눈빛으로 가득 찬 학생들의 미소를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몰입해서 들어주는 경험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고,

 이 책의 중반부에서는 한 수업에서 각자 자기 단점을 쓴 롤링 페이퍼를 돌려서 다른 학생들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적어주는 활동을 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나는 모든 걸 미룬다.”-“죽는 날도 미뤄보자!”

“나는 다리를 늘 꼬고 있다.” –“네 덕분에 정형외과가 돈을 버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많은 사람의 생계를 네가 책임지는구나.”

 “나는 잠이 많다.”-“네 피부가 그래서 좋구나.”

“나는 너무 충동적이다.”-“화끈하네”

“나는 방 청소를 안 한다.”-“방에서 보물찾기할 수 있어서 재밌겠다.”

“나는 돈을 아낄 줄 모른다.” –“와, 너 돈 많구나, 나랑 친구 할래?”

 그녀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주면 이 사람이 얼마나 힘이 날까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한 발 늦은 위로에 대해서 전하고 있다. 18년 넘게 진행하던 아침 프로그램을 그만둔다는 기사가 나던 날과 그만두던 날, 이금희 아나운서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줄잡아 3~400개는 됐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 날 늦은 오후에 연락한 분들이 있었다. 이틀 뒤나 사흘 뒤에 연락해 온 분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000 입니다. 소식을 듣고 바로 연락하려다 일부러 많은 분에게 문자가 올까 싶어 일부러 며칠 기다렸다 보냅니다.” 그녀는 위로의 말은 한 박자 늦어져도 좋다고 한다. 아니, 늦어지는 게 낫다고 한다고 한다.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하루 이틀쯤 기다렸다가, 수 많은 문자 세례로부터 해방되었을 무렵 문자를 보내는 것을 제안한다.

  그 후 그녀도 “이금희입니다. 안녕하지 못하실 것 같아 의례적인 인사도 못 쓰겠네요. 마음 많이 아프셨지요.” 그녀의 위로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편하게 말해요> 이금희 아나운서의 글을 읽다 보면, 아침마당을 편안하게 진행하던 그 모습 그대로 글도 술술 읽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녀의 말솜씨의 원천을 그녀는 자신의 엄마라고 소개한다. 그녀는 유아 시절 너무 작고 약골인 자신의 이야기를 엄마가 제일 잘 들어 주셨다고 한다. 학교 종이 울리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와 그 날 하루 학교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중계방송했다고 한다. 그녀는 내가 말을 할 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울 엄마가 재미있게 들어준다.' 이 생각에 춤을 추며 신이나서 말했다고 한다. 아이에게는 이 보다 더 신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곤 ‘엄마 처럼 사람들도 내 이야길 재미있게 들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믿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 지난 3년 동안 재택근무와 화상 수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정과 일의 공간이 개편되었다. 적응하기도 벅찼지만, 그 사이에서 개인이 일 할 확보된 공간은 없는데, 서로 말수를 줄여야 피해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 93세 노모는 알츠하이머가 찾아와서 하루 하루 기억을 잃어가신다. 아이들은 학교에 적응하라 화상 수업에 적응하라 애 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고, K고 3이 된다. 우리에게 코로나는 가족 간에 대화를 줄어 들게 했고, 더욱이 방역문제로 마스크를 사용하면서 입을 닫고 말을 줄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상대의 마음도 놓치는 일이 종종 찾아 왔다.

 잃어버린 것은 말 뿐이 아니었다. 그 말 속에 담긴 마음을 놓치고 있었다. 이금희 아나운서 어머니가 딸의 종알거림을 재미나게 들어 준 그 모습을 떠올려 본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듣고 빨래를 개다가도 듣고, 동동거리면서도 딸의 눈을 보고 온 마음을 다해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머니의 모습. 지난 코로나 3년간 난 어떤 모습인지 돌아본다.

 분주한 일상, 낯선 근무환경에 노모와의 대화도 줄고, 두 아이와의 마음의 대화도 어느 순간 현격히 사라지고, 남편과의 대화도 공적인 일이 아닌 경우는 많이 사라진 일상. 환경 문제이고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내 마음 한 자락은 어디에 있는 것이었을까?

 지난 밤 남편과 하루 14000보를 걷자고 산책을 나섰다. 이젠 매일 걸어서 건강을 돌보자구. 그런데 그 건강을 돌보기 위한 걸음 속에 둘이 손을 마주잡고 도란도란 속삭였다.

내 이야기를 말없이 듣던 당신.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내 남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며 그의 마음을 읽어 나갔다.

 <우리, 편하게 말해요> 이금희 아나운서의 27분 30초의 경청의 깨달음,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준 이야기, 한 발 늦은 위로의 문자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 대화, 마음을 다시 헤아려 본다. 우리의 마음은 곧 우리의 말 속에 담겨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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