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고통이 크다. 그리고 그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부모상, 조부상, 조모상, 형제상, 자매상 등 가족이 떠났을 때 칭하는 말들은 있지만 자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부르는 말은 없다. 특히 자녀가 세상을 떠난 장례식장은 숨도 못 쉴 정도로 암울한 분위기라고 한다. 이러한 슬픔의 기록을 담은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 <너의 안부>. 살아지는 삶을 지켜보는 엄마, 1000일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학병원의 3, 수술환자 보호자와 집중치료실 보호자들의 대기장소. 이 책은 그곳에서 수많은 낮과 밤을 보낸 엄마 성현주의 기록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함께 숨쉬고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어주던 아이가 갑자기 병원 음급실에 누워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나 원망하고 고민할 틈도 없다. 그저 자신의 아이가 다시 눈을 뜨고 엄마라고 불러주기를 기다리느라 하루하루가 바쁘기만 하다.

병원에 누워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 그 아이와 평범하고 당연했던 날들을 생각한다. 유치원에서 발표를 하던 찬란한 모습,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했던 행복한 운동회, 엄마 친구 미미 이모와의 즐거운 한 때와 그리고 특별하지는 않지만 함께 밥을 먹고 마트를 다녀오고 잠을 자던 그 무수한 일상들까지 말이다. 그는 <너의 안부> 본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며칠 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꽃과 막대사탕, 초콜릿으로 구성된 앙증맞은 꽃다발을 작은 가심에 안겨줬다. 서후는 여느 때와 같이 나비 다리를 하고 꽃다발을 작은 두 손으로 꽉 쥐었다. 나는 활짝 웃는 서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배꼽을 잡고 웃던 서후와의 순간들은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라고 말이다.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던 시절. 스스로도 자신이 많이도 옹졸하고 예민했다고 말하는 시간을 지나 아이와 함께 병원에서 지내는 삶이 일상이 되었다. 그 속에서 먹고, 자고, 아이를 돌보고, 때때로 핸드폰 화면을 보며 웃을 힘도 생겼다. 기계와 약물에 의해 살아지고 있는 아이를 보는 것이 여전히 비현실적이지만 그 속에서 인간 성현주의 삶, 그리고 주변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삶을 하나씩 발견하게 된다.

작은 아이가 온 힘을 다 해 살아지는 동안 그 곁을 지키며 살아온 성현주는 혼자가 아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곁에서 함께했던 아빠와 엄마, 병원을 제집처럼 찾아주었던 아주버님, 정성 가득한 음식을 배달해주던 외숙모 내외는 물론이고 하루하루 온기를 나누던 병원 사람들과 개그맨 동료들, 그리고 같은 모습의 아픔을 나누는 남편까지 말이다.

이 책 <너의 안부>는 아픈 아이를 돌보는 구구절절한 모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픈 아이를 지키는 동안 인간 성현주가 어떻게 견뎠는지, 아이가 떠난 후 다시 어떻게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되었는지 그녀와 그녀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알아가는 여정이다. 그리하여, 큰 슬픔을 겪은 후에도 살아가는 힘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편 <너의 안부>를 쓴 성현주 작가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고도 여전히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며 2007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서 <개그콘서트><드립걸즈> 등 무대에서 활동했으며 책과 영화를 끼고 살았다. 그리고 일면식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주 눈물을 흘린다. 시도 때도 없이 읽다 보니 어느덧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일희일비하며 그리움을 껴안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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