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처럼 도전해야 청춘이다.

 

저는 사람과 문명 속에는 어떤 패러다임이 존재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종종 합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주장과 반론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다”가 잘 표현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토인비는 강연에서 자주 청어 이야기를 언급했답니다. 냉동된 청어보다 살아 있는 청어가 두 배 이상 비쌌는데, 어느 순간 살아 있는 청어의 공급량이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그 이유는 청어를 운반하는 수조에 천적인 물메기를 몇 마리 넣었더니,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계속 움직여서 소비자가 구매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군요. 가혹한 환경과 역경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이야기입니다. 출판 일을 한 지 십 몇 년이 지나고 난 뒤, 제 자신이 혹시 금방 죽어버리는 청어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제게 물메기와 같은 자극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순간, 망설임 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이카루스는 추락하지 않는다
작년 말 ‘세스 고딘’ 저자의 최신작 《이카루스 이야기(원제: THE ICARUS DECEPTION)》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세스 고딘이라면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 《보랏빛 소가 온다》로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지만, 대체 ‘이카루스’라니?
‘원제는 ‘이카루스의 속임수 정도인데, 저자가 신화에 꽂혔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번역 원고를 천천히 넘겨보았습니다. 의문점은 금세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저자가 ‘이카루스 신화’를 글 전체의 동기로 삼고 있는 게 맞더군요. 우리가 아는 신화 이야기는 이렇지요.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너무 높게 나는 바람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뜨거운 햇볕에 녹아버려 바다로 추락해 죽고 말았다는 것. ‘여기까지는 뭐 맞는 말이네’ 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했지만, 뒤이은 이야기들이 제 시선을 잡았습니다. 이카루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너무 낮게 날면 날개가 젖어 빠져 죽을 수 있다고 경고를 했답니다.
이카루스 이야기에서 높이 날지 말라는 건 사회의 정해진 규칙과 표준화된 것들에 순응하라는 것이고, 낮게 날지 말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건 적은 것에 만족하는 겸손을 가지게끔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현재 산업 구조에 익숙해져 시키는 대로 따라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안전하다는 느낌 속에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카루스 이야기》를 편집하면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정형화된 출판 시스템에 적응하며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진 않았는지, 원고에 내재된 개성과 장점을 바라보지 못하고 편집자의 입장이 독자를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는지를요.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해 직장을 다니고,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안전하고 편한 줄을 찾기 위해 살아왔는지 자문하니 금세 얼굴이 붉어집니다.
최근 이런 복종과 순응의 산업경제의 프레임을 깨고 ‘안녕들 하시냐’며 지극히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 시작했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너도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며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걸 보며, 사회 시스템이 만든 한계, 스스로가 그것에 적응해서 만든 틀,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락함을 좇는 사람들의 의식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아티스트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창의성이 부족하고 값진 시대이며,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관계가 없는 것들을 서로 잇는 용기와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굳이 공공기관에서 내거는 창조 슬로건을 언급하지 않아도,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아무런 규칙 없이 도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네요. 굳이 스티브 잡스, 싸이 같은 유명인을 지칭하지 않더라도, 모 방송 프로그램의 생활 속 달인이 된 분들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떡여집니다.

최근 동계올림픽에서 6회 출전을 한 이규혁 선수, 하지정맥류란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 브라질 월드컵에 임하는 축구대표 선수들이 자주 언급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선수들이야말로 또 다른 우리 시대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제 인생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한계라는 도전에 두려움 없는 도전으로 응전해볼 생각입니다.
편집자 후기란 빌미로 두서없었던 말들을 제가 담당했던 《이카루스 이야기》 속의 글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척하며 살아가는 인생이 이제 지겹지 않은가?”

내 인생의 책 3권

<관계의 힘>

 

한경 BP 발행
레이먼드 조 지음
나이가 들수록 나와 주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주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밀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든 요즘, 불통 사회 속 우리들에게 관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직장 생활을 무대로 펼쳐지는 일과 인간관계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인생에 있어 행복을 결정짓는 두 가지 질문, ‘자신의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게 한다.

<쥐>
아름드리미디어 발행

 

아트 슈피겔만 지음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흐름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했던 작품이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의 참혹함과 그 비극의 한복판을 걸어 나온 유태인의 고통스런 삶을 그린 만화이다. 유태인을 쥐로, 나치를 고양이로 상징한 이 만화는 나치의 광기어린 인종주의,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던 유태인들, 그 역사의 그림자가 빚어낸 후유증을 세밀히 묘사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작품을, 만화 외의 어떤 매체로도 묘사할 수 없었고 성취할 수 없었던 엄숙하리만큼 감동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평했다.(YES24 제공)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작과 비평사 발행
최영미 지음

 

서른 살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두 가지.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고뇌와 허무함을 노래했지만, 한 꺼풀 벗고 세상 앞으로 무던히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교과서가 없는 시대에 고투하는 젊은 영혼의 편력을 도시적 감수성으로 노래한 여류작가의 시집. 청춘과 운동, 사랑과 혁명 같은 이질적 요소를 구체적 삶속에서 융합시켜 주는 시집.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모른다>, <위험한 여름> 등 50여 편을 묶었다.(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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