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인문학연구소장]

인스타그램에서 영선하다(sympa03)’라는 이름으로 책계정을 운영하고 있고 오프라인 독서모임 생글한 독서모임의 공동 운영자인 정영선씨를 만나보았다.

 

생글한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생글한 독서모임생각과 글을 한 번 더 나누는 모임의 줄임말로 서울 도봉구에 있는 <생글 어린이 작은 도서관>을 애용하는 회원들끼리 만든 모임입니다. 작은 도서관에 대한 지원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도서관 경영이 어려워졌어요.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의 소중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직은 초기 회원 네 명으로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지만, 모임의 색깔과 방향을 정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사진제공=정영선)
(사진제공=정영선)

나에게 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아이셋을 키우며 몸도 쉴틈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지쳐갔어요. 나란 사람의 가치는 무엇인지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고 사회에서 도태되어가는 것 같았어요. 의욕적인 삶, 의미있는 삶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책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내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 우물 밖의 세계를 탐색하게 했으며 사고의 지평을 한 뼘 늘려줬답니다. 책은 위로이자 활력이고 선생이자 친구랍니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은?

최애 소설 중 한 권인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 도서를 꼽고 싶습니다. 이 책은 미국 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아우터뱅크스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습지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아버지의 폭력으로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습지에 남은 카야에게 사람들은 도움은커녕 멸시와 비난의 눈길만 준답니다. 있는 그대로 카야를 받아들여 주는 것은 습지와 대자연뿐이란 점이 가슴 시리도록 슬펐어요. 다행히 카야를 도와주는 몇 사람과 자연에서 배운 지혜로 카야는 맞닥뜨린 어려움들을 헤쳐나가게 되지만요.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의 편견과 낙인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것인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의 민낯을, 가정폭력이 한 사람, 한 가족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그럼에도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것을 강렬하게 느낀 인생책입니다.

 

자녀독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그런 기회가 줄고 자유롭게 놔두니 학습만화 위주의 독서로 치우치게 되더라고요. 고민 끝에 아이들과 의논해 만화책 규칙을 만들었는데요. 각자 수준에 맞는 책과 독서 시간을 각각 다르게 설정해서 그 미션을 한 다음에 만화책을 읽을 수 있고 하루 두 권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어요.

아이들이 읽기 독립을 해도 가끔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져 속독으로 읽는 행위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지, 책의 내용을 잘 흡수하고 생각하며 읽는지 점검해본답니다. 특히 말수가 적고 속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아이의 책을 같이 읽으면 서로 소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답니다.

 

책스타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추천하는 이유는

저는 뒤늦게 독서의 맛에 푹 빠져버려 매일 TV는 안 봐도 책은 꼭 보아야 하는 애독가가 되었는데요. 책을 읽고 좋았던 책을 지인들에게 소개를 해주고 싶은데 정리도 안 되고 금세 잊어버리는 바람에 마음만큼 전달하기가 어려웠어요. 책 한 권을 읽고 남는 게 정말 좋다한 마디라니 내가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때부터 인스타그램에 독서 후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답니다. 독서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사람과 사회를 접하고 배우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책친구들과 소통을 통해 다양한 시선과 사고의 차이까지 수용하는 경험은 제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그 흔한 비난이나 공격과 같은 악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공감과 위로, 응원과 수용의 댓글에서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 갈 수 있다는 점도 정말 좋았어요.

이렇듯 인스타그램 책 계정을 하면서 얻게 된 부분이 많습니다. 꾸준히 읽은 책을 올리다보면 출판사 서평단과 서포터즈 활동을 제안받을 수 있습니다. 이 활동들을 통해 잘 접해보지 못한 장르의 책들을 접할 수 있고 관심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꾸준히 책 후기를 쓰면서 글쓰기 능력도 키울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함께 책을 읽고 응원하며 소통하는 책친구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왼쪽부터 박정림, 정영선, 박수진, 임안나, 임은영 (사진제공=정영선)
왼쪽부터 박정림, 정영선, 박수진, 임안나, 임은영 (사진제공=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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