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만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명의 작가를 만나는 것이 더욱 큰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지식이 담겨있긴 하지만 오래된 책의 경우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정보도 오래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작가 사인회가 진행될 경우에는 꼭 가서 작가들과 소통을 하는 편이다. 많은 사인회를 가봤지만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기존 인원보다 150명 이상 번호표를 나눠주고 예정됐던 사인회 시간을 넘겨서까지 진행했던 사인회는 처음이었다. 바로 위화 작가의 사인회이다. 지난 202399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 위치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위화 작가의 사인회가 진행됐다. 이날 위화 작가의 사인회에는 새벽부터 긴줄이 서있었으며 교보문고 광화문점 오픈시간이 오전930분인데 오픈 30분 전인 오전9시부터 번호표를 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번호표 배부에만 2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당초 사전 구매자 50, 현장구매자 150명 총 200명을 정원으로 뒀으나 많은 사람들이 몰린 이유로 150명을 추가로 번호표를 나눠주고 사인을 해줬다. 위화 작가는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으며 단편 소설인 첫 번째 기숙사를 1983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등 실험성이 강한 중단편소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중국 제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첫 장편소설인 가랑비 속의 외침을 선보였으며 두 번째 장편소설인 인생을 통해서 작가로서 확실한 기발을 다지기도 했다.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인생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위화 현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위화 작가의 등단 40주년을 맞이해서 리커버 책이 출간됐다. 현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유효한 이야기이며 전 세계적으로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등단 40주년을 맞아 대표작 인생, <허삼관 매혈기> 개정판이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20073판 출간 이후 무려 16년 만의 개정이다. 1996년 국내 첫 출간 이후 지난 30여 년간 여러 세대를 통과하면서도 줄곧 큰 사랑을 받아온 두 작품을 새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번역가 최용만과 백원담이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여 문장을 다시 세밀히 손보았으며, 외부적으로는 전통적 디자인에서 탈피한 모던 디자인을 고급 양장으로 제본하여 변치 않을 고전의 면모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또한 위화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옌렌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인생><허삼관 매혈기>는 굴곡진 역경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휴머니즘을 감동적으로 담아내온 위화의 필치가 가장 잘 담겨 있는 대표작이다. 2000년대 국내에서 가히 위화 열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45개국 이상에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다. 삶이 계속되는 한 영원히 유효한 이야기의 품격을 이제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생>은 위화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작인 걸작으로 손꼽힌다. 반세기를 맞은 1949,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공식 선언하며 중국의 역사는 격변한다. <인생>은 바로 그 이후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단숨에 몰락한 지주 푸구이의 기구한 인생을 통해 혁명기의 잔인한 사회적 풍파와, 그러한 견딜 수 없이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나가는 인간의 숭고한 발자취를 담아내었다. 깊이 좌절한 이의 마음속에 결코 꺼지지 않을 희망을 심어주는 이야기다. 위화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휴머니즘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인생>은 중국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되었으며, 셀 수 없이 많이 유포된 해적판을 제외하고도 2천 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허삼관 매혈기>는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허삼관 매혈기>에서 휴머니즘만큼 강조되는 것은 위화 특유의 해학이다. 목숨과도 같은 피를 팔아서라도 가족을 지탱하는 허삼관의 가난한 삶을 통해 가족 간 지난한 사랑을 따뜻하게 담아내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풍파가 몰아침에도 허삼관네는 속된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세 아들은 거듭 사고를 치며, 아내는 신세한탄을 멈추지 않는다. 푸구이의 삶이 견디는 것이었다면, 허삼관의 삶은 수습하는 것만 같다. 비극적 삶 속에서조차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힘을 전해주는 이야기다. <허삼관 매혈기>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찬을 받았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린 중국 소설로 등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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