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14년 차 사업가이자 세권의 책을 출간한 홍선기 작가는 북미와 유럽, 일본을 수시로 다니면서 글로벌 사업과 집필을 함께 하고 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Q. 세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작가님의 책을 스스로 소개부탁드릴게요!

2012년에 출간된 첫 책 어쩌면 가능한 만남들은 스물 셋에 단 돈 20만 원으로 1년 간 세계일주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2022년에 출간된 실패의 실력20대 중반부터 무일푼으로 시작해 14년 차 사업을 하면서 경험했던 실패들과 그 원인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 낸 자기계발서적입니다.

최근 출간한 신작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는 누가 보더라도 부러운 인생,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사실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인물과 지극히 평범하지만 삶의 소소한 행복과 감사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또 다른 인물. 이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성장소설입니다.

 

Q. 벤처사업가라는 출신과 소설가라는 타이틀은 사실 잘 매치가 안 되는데요, 소설 집필을 완성하기 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소설을 쓴다,라는 것은 유년시절부터 간직해 온 매우 소중한 꿈이었습니다. 첫 소설에 대한 애정과 노력은 정말 각별했습니다.

독자들(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던지고자 하는 화두를 고민하며 큰 틀의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배경묘사에 세밀함과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소설의 주 배경이 되는 일본에 4년 간 70여 번을 방문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초고를 두고 반 년 남짓 원고를 묵혀두는 양생의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탈고를 시작했습니다.

소설에는 저마다의 결핍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하며 각자의 서사를 고민하고, 캐릭터성을 강화했습니다. 어떤 삶을 살아왔고, 무엇이 부족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그런 고민을 수없이 하며 외모나 말투, 몸 짓, 입고 있는 옷까지 최대한 생동감 있는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를 수 십, 수 백 번은 정독하며 큰 틀에서의 이야기 구성과 세밀한 설정을 조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400여 쪽이 되는 원고를 육성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쓸데없이 길거나 난해한 문장은 없는지, 비문인 문장은 없는지 원고 전체의 전개와 리듬을 확인하며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Q. 그동안 살면서 어떤 실패들을 해왔고 실패들을 통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뭔가요?

실패의 실력책 한 권 분량으로도 부족한 이야기를 간단히 대답하기 어렵네요. (웃음)

내 잘못이 전혀 없어 보이는 외부 환경으로 인한 실패, 나의 잘못된 언행이나 판단에서 시작된 실패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실패를 해왔고 현재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까지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큰 역경이나, 분에 넘치는 성공은 맞이하지 않았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아주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꾸준히 원하는 삶을 완성해 가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실패로부터 배운 가장 큰 교훈인 것 같습니다.

 

Q.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사업과 글 쓰는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고 싶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20대에 세계일주부터 글로벌 벤처 사업을 하면서 해외를 많이 다니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소설을 집필하면서 다양한 곳을 여행 다녔던 경험이 어떤 영향을 줬나요?

이야기를 창작하는 상상력에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는 도쿄에 살고 있는 두 주인공 케이시와 가즈키가 영국 런던에서 우연히 첫 만남을 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이집트로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물론 소설의 주 무대는 그들이 살고 있는 일본이지만, 이야기의 종반부에는 모종의 이유로 케이시가 미국 뉴욕을 찾아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이 교차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것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배경과 장소를 익숙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 덕분에 그 어떤 종류의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야말로 앞으로 이야기를 계속 창작해 가는 데 있어서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Q, 책을 통해서 맺어진 인연들이 궁금해요.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맺어진 인연도 있고, 책이 출간된 후에 다양한 자리에서 맺게 된 인연도 있습니다. 양쪽 모두 저에게는 무척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입니다. ‘책과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맺어진 만큼, 유독 친근함이 들어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출간한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의 제목처럼 작가님께서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뭔가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라는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거나 앓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더군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집필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우울증이 심했고, 당연히 죽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를 집필하면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그러했듯, 저 또한 조금씩 마음의 상처와 상실감, 허무함, 결핍을 채워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계절에 죽고 싶은지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순간을 생명력 가득한 계절로 만들고 싶습니다.

 

Q, 작가님께서는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의 주인공 케이시처럼 만약 통장에 1조원이 있다면 어떻게 살건가요?

케이시처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좋아라하고 흥멍창청 써보고 세계 곳곳을 아주 럭셔리하게 여행 다니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소설의 주인공처럼 모든 게 시시해지고 무욕의 상태를 맞이하면서 이른 나이의 너무 큰 성공은 사실 저주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지 않을까 합니다.

 

Q. 그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왔고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달려갈건가요?

20대와 30대 중반까지 십여 년의 세월을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30대를 마무리하는 지금은 그동안 내가 그렇게나 추구해 온 성공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급하게 뛰어가기 보다는 천천히 완성해 가는 삶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Q, 차기작이 궁금해요. 앞으로는 어떤 책들을 써내려갈건가요?

사랑, 삶과 죽음, 결핍과 상처, 허무함과 상실감…… 첫 소설에서 무거운 주제를 다뤘습니다.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소재로 최대한 무겁지 않게 풀어가 보려 했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했던 만큼 편한 마음으로 쉽게 읽을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소설은 장편소설 2, 단편소설 2편이 있습니다. 장편소설 중 하나는 편한 마음으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힐링소설이며, 또 다른 장편은 본격적으로 세계를 무대로 하는 SF추리물 형태의 블록버스터형 소설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여 집필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을지, 누군가 읽어줄까에 대해서 고민하며 책 출간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말씀해주세요.

책만이 정보 전달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과거와 달리 유튜브, SNS 등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과 의지를 가지고 계신 사람이라면 분명 책과 독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이겠지요. 어떤 주제의 글이든 일단 써보시길 권합니다.

일단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초고의 형태로 완성한 후에 서점에서 비슷한 주제-우리가 쓰고자 하는, 쓸 수 있는 형태의 모든 이야기는 대부분 누군가에 의해 이미 책으로 완성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로 쓰인 책을 찾아보고 벤치마킹 하며 완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동시에 과연 이 글이 독자의 입장에서 굳이 한권의 책으로 읽을 만한 이유와 가치가 무엇일지, 출판사에서 수천만 원을 투자하여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판매할만한 요인, 즉 투자자가 투자할 만한 세일즈 포인트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내가 책으로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일단 써볼 것, 그리고 서점에서 비슷한 류의 책을 찾아볼 것, 마지막으로 독자(소비자)와 출판사(투자자)의 입장에서 이 글을 선택해줄만한 세일즈 포인트에 대한 고민을 반드시 할 것. 이 과정을 끈기 있게 진행한다면 분명 또 한권의 좋은 책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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