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인문학연구소장]

강남에서 꽃피다 국어연구원 원장으로 학생들과 독서토론하며, ‘언어의 정원독서모임을 이끌고 있는 고민서 원장을 만나보았다.

 

언어의 정원소모임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언어의 정원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구성원과 소통하는 모임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오프 모임을 하고 있어요. 언어의 정원사인 제가 책을 선정하면 구성원들이 책을 읽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을 선택한 이유를 말하면서 문장과 관련하여 본인의 생각이나 경험을 나누지요. 신기한 점은 각자가 선택한 문장이 모두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책을 읽어도 더 풍성하고 깊게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독서모임을 통해서 읽었던 인기 도서는 인간관계론싯다르타였어요. 또 독일인의 사랑을 읽고 의견을 나눌 때는 추천 영화 책 도둑을 함께 감상했어요. 모두 감동의 시간을 가졌다고 기뻐했습니다. 모임이 끝나면 모임 후기를 올려 각자의 느낀 점을 기록하고 있어요.

 

쓰신 책 소개를 해주세요.

공동 저자로 책을 두 권 냈어요. 첫 번째 책은 오늘도 우리는 성장하고 있습니다인데요. 이 책은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필사를 통해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던 고마운 책입니다. 좋은 문장을 뽑고 그 뽑아낸 문장을 통해 나의 생각을 확장해 나갔던 경험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사교육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쓴 책입니다. 평소 학부모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수필로 썼어요. ‘부모 살롱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지요. 저는 프롤로그를 포함하여 총 9편의 글을 실었습니다. 그 중 엄마의 사랑 처방전에서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아이와 곰살맞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최고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워킹맘의 소통 노하우에서는 여섯 살짜리 딸아이와 일하는 엄마의 소통 방법으로 편지 쓰기를 추천하면서 유통되지 않는 사랑은 모두 무효라는 내용 등에 대해 썼지요.

세종국어문화원 글쓰기 틔움 저자 강연(사진제공=고민서)
세종국어문화원 글쓰기 틔움 저자 강연(사진제공=고민서)

처음 책쓰기를 도전하는 독자들에게 글쓰기 조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혼자서 책을 낸다고 생각하면 막연하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두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어요.

우선,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메모장을 활용하는 거에요. 길을 걷다가 마주친 아이의 해맑은 미소, 눈부신 햇살, 솜사탕 구름 속에서 느낀 나의 감성을 기록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진을 찍곤 하죠? 그 음식을 먹으며 나누었던 대화나 그때의 느낌을 바로 쓰는 거에요. 그때그때 짧은 글이라도 조각메모를 해두는 습관을 가져 보세요. 그 감정에 따라 느낌을 솔직하게 적다 보면 그 글이 나중엔 시도 되고 수필도 됩니다. 글은 생명입니다. 내가 쓰는 글들이 나를 움직이게 합니다. 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애정어린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니 일단 써보는 겁니다. 쓰지 않으면 영원히 쓰지 못하고 쓰기 시작하면 쓸 수 있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쓰기 시작하면 한 글자가 한 문장이 되고 앞 문장이 뒷문장을 불러오고 그렇게 여러 문장이 모여 한 편의 글이 만들어 집니다.

두 번째는 책을 읽고 필사를 해보세요. 좋은 문장을 따라 적다보면 좋은 글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깁니다. 별 기대없이 읽은 시 한 구절이 제 아픈 영혼을 보듬어 주기도 하고 소설 속 주인공에게서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또 수필 속 저자의 고백이 새삼 큰 울림으로 다가와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기도 합니다. 우연히 접한 책 속의 문장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하니까요.

 

나에게 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책은 고민서의 매력 자본을 구성하는 바탕질입니다.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늘 공부하고 배웁니다. 배움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단연코 책을 통해서 얻는 배움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충족된 삶의 비밀은 배우고 즐기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즐길 줄 모르는 삶은 슬퍼지고 즐기기만 하고 배울 줄 모르는 삶은 어리석다고 했습니다. 이 문장도 활자를 통해서 마음에 각인된 것이고 그 각인된 인두 같은 문장이 제 삶의 지침이 되어주고 있어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은?

얇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던 파올로 코엘료의 아처(The Archer)’입니다. 가슴에 담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았거든요. 제가 아처를 읽었던 당시에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힘들었어요.

결과가 좋든 좋지 않든 그날 아침의 활쏘기에 너무 휘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수많은 날이 남아 있고, 각각의 화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이다. 잘하지 못한 날들을 교훈 삼아 네가 흔들린 이유를 알아내라. 잘한 날들을 거울삼아 내면의 평온으로 이르는 길을 찾아라. 하지만 두려워서든 즐거워서든 정진을 멈춰서는 안된다. 궁도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아처의 문장을 좋아해요. 우리의 삶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는 날씨 같은 우리의 인생에 위기 때마다 흔들리는 나약함이 아닌 굳건히 자신의 길을 나아갈 줄 아는 평정심이 필요하죠.

 

학생들과 독서토론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저는 학생들의 책읽기는 쓰기와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읽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것은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감상을 적습니다. 하지만 쓰기의 강박에 얽매여 읽기의 재미와 묘미를 찾지 못해서도 안됩지요. 그래서 저는 문학과 비문학을 접목시켜서 독서 프로그램을 짜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 소설 읽기를 통해 작품 구조를 이해하고 인물의 내면 심리를 파악하고 나면 문학 감상이 훨씬 쉬워집니다. 또한 경제, 사회, 인문,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추천도서를 읽고 폭폭넓은 배경지식을 쌓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방학에는 저자 특강을 통해 저자와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여 보다 깊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죠. 마침 이번 1028일에는 진짜 나를 만나는 혼란상자의 저자와의 특별한 만남이 준비되어 있어요. 10대들의 건강한 자아찾기를 위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정체성 찾기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꽃피다 학생들의 기대가 무척 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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