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인문학연구소장]

두 아이의 엄마이자 무르읽기독서모임을 이끌며 브런치작가이자 인스타그램에서 책 인플루언서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하민혜(@minhye_writer)영자를 만나보았다.

 

무르읽기독서모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무르익다는 시기나 일이 충분히 성숙된다는 의미입니다. 책의 내용을 무르익도록 깊이 있게 읽고, 책을 통해 함께 성숙해지고자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새벽 530, 온라인에서 함께 읽은 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토의하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 덕분에 인스타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책을 읽고 글 쓰는 일에 심취해 있습니다.

책은 곧 사람이더라고요. 깊고 무한한 바다와 같아요. 파고 들어가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루할 새 없이 아름다운 세계예요.

무르읽기 독서모임 (사진제공=하민혜)
무르읽기 독서모임 (사진제공=하민혜)

 

나의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은?

제게 큰 영향을 준 책 중 하나는 마크 맨슨의 <신경끄기의 기술>입니다. 저자의 단단한 철학이 밋밋한 저의 성격과 잘 맞았어요.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기! 복잡한 세상에서 시시각각 우리의 주의를 요구하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붙잡고 있는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복잡한 세상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아주는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으며 또 하나의 나를 만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공감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꾸준하게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신경을 끄자라는 나의 철학도 파헤쳐 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다음으로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떠오르기>입니다. 저는 문제 해결사인 양 살아오며 무엇이든 도전적으로, 닥치는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언제고 솟아날 구멍을 찾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한 가지 이상은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저를 괴롭히는 문제로 힘들어하며 끝없이 그 일이 일어난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느라 마음이 지치고 있었어요. 톨레는 그런 제게 삶을 돌아볼 계기를 건넸어요. <삶으로 떠오르기>는 나를 힘들게 만드는 생각을 의심하게 하고 자신의 의식을 알아 차리기를 통해 영적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저의 어두운 길에 불을 밝혀 준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변화된 삶이 있다면?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무엇인가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반드시 배울 점, 교훈을 얻고자 했어요. 지금은 책을 읽는 자체 만으로도 마음이 차오릅니다. 상대방에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듯, 책도 그렇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지금은 책의 깊고 넓은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습니다. 왜 지금에서야 책을 읽는 진정한 기쁨을 알았을까 싶다가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10, 9살 두 아이는 수시로 집에서 책과 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을 놓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었는데요. 저희 아이들은 밥을 먹으면서까지 책을 놓지 않아서 씨름하고 있어요.(웃음) 저는 교육열이 부족한데 아이들이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어휘력도 부쩍 늘고 글쓰기에 주저하지 않아서 기쁩니다. 이 또한 책을 통해 얻은 삶의 소소한 행복입니다.

 

SNS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그동안 살기 바빠서 인스타와 블로그를 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어요. SNS를 뒤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알고리즘 덕에 책을 읽는 분들과 빠르게 연결되었어요.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해서 더없이 즐거워요. 권태나 무기력함이 찾아와도 함께하는 분들 덕분에 금세 떨치곤 합니다.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을 쓰니 기쁨이 더욱 커집니다. 결국 읽는 행위와 쓰는 행위가 다르지 않음을 느껴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것도, 공동 저자로 출간한 것도 모두 SNS로 연결된 사람들 덕입니다. SNS에서 함께 책을 읽는 기쁨을 누려보시길 추천합니다.

 

나만의 책을 읽는 방법은?

저는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보고자 노력합니다. 미리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재단하지 않는 점이 중요하지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베스트셀러, 전문가가 권한 책, 평이 좋지 않은 책 등 많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제게 인연이 된 책을 성실하게 읽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겐 형편없는 책이 저에게는 인생 책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최근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사진제공=하민혜)
최근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사진제공=하민혜)

사람도 책도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평생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설렙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 여정에서 만나게 될 모든 책과 사람을 감사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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