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모두의 존엄을 위해 읽어야 할 책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기자]=

시간이 없는 날들, 서로 구별되지 않는 날들, 현재와 과거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아마도 어머니가 느낀 것들일 것이다. 어머니에게는 모든 날들이 하루였다.  (p.36)

▣ 어머니를 돌보다/린 틸먼 지음/돌베개/2023년10월13일

이 책은 저자가 ‘정상뇌압수두증’이라는 희귀 질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본 경험을 절제된 목소리로 풀어 쓴 자전 에세이다.

노인과 관련된 모든 뇌 질환은 치매, 알츠하이머, 혈관성 치매, 노망으로 불리며 다른 질환은 없는 것처럼 보였고, 현재도 미국에서는 약 70만 명의 사람들이 수두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중 20%만이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당시엔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고 지금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정상뇌압수두증’이라는 병명을 두고 어머니의 MRI를 본 4명의 의사들은 서로 다른 3가지의 진단을 내린다.

의사들의 서로 다른 진단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겐 혼란일 뿐만 아니라 의사를 대면할 때 죄인인 양 느낌을 들게 만든다. 환자의 건강이 마치 자신의 진단을 믿지 못했기에 악화된 것 같은 죄스러움.

요즘 우리 사회도 간병인의 돌봄 문화가 많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경제적인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뼛 속 깊숙이 새겨진 효(孝)와 자식된 도리가 가혹한 의무이자 책임으로 자리잡은 사람들에게 간병인의 돌봄이 절대 편치 않다. 

옮긴이 방진이의 말처럼 자식 돌봄과 부모 돌봄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부모 돌봄에는 타임라인이 없기에 돌봄 제공자들은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환자와 함께 병들어간다.

저자는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태도와 고용된 간병인들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적어냄으로써 현재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담담하고 절제된 작가의 글이 주는 슬픔은 가슴 아픔보다 공감과 위로의 응원임에 틀림없다.

이 일을 완벽하게 제대로 해내기란 불가능하다.(p.12)

이 짧은 한 문장만으로도 현재 부모 돌봄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당신은 위로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모두 내 이야기 같았다는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의 추천사처럼 필자 또한 책 속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모두 내 경험과 닮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내 어머니의 돌봄에 대해 또 다른 지혜를 배웠다.

린 틸먼의 <어머니을 돌보다>는 돌봄에 대한 불안, 의무, 사랑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인간의 양가감정을 흔들림없이 고백한 명저이다. 일독을 권한다.

어머니를 돌보다 / 린 틸먼 지음 / 돌베개
어머니를 돌보다 / 린 틸먼 지음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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