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좋은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각자 좋은 글을 쓴다는 기준은 다르지만 사랑의 마음을 담아낸 글쓰기를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쓴다는 건 무엇일까? 지난 20231018일 수요일 저녁 7시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수요일 라이프스타일 클래스 강연으로 시 한 편에 진심을 다하는 고명재 시인의 강연이 진행됐다. 고명재 시인은 이날 강연을 통해서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써보신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고명재 시인은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풀 한 포기 서 있으면 있는 거란다라고 이야기했다.

1018일 수요일 오후 7시에 별마당도서관에서 고명재 시인과 함께 사랑의 마음을 드러내고 보존하는 글쓰기에 대해서, 그리고 문학의 시간이 지닌 아름다운 특수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명재 시인이 출간한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은 문학동네시인선이 200번째 시집을 맞아 기념 티저 시집을 펴낸다. 20111,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의 시를 선보이며 시작한 문학동네시인선은 보다 젊은 감각과 깊은 사유를 지향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시작한 만큼,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가진 젊은 시에 주목해왔다. ‘젊은시란 생물학적 나이와 무관한 새로운 감각에 대한 지향인 동시에 재능 있는 신인에 주목해 첫 시집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1번부터 199번까지 문학동네시인선을 통해 첫 시집을 낸 시인은 박준, 이은규, 신철규, 이원하, 이현호, 최현우, 김희준, 고명재 등 45명으로 전체 시집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박준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출간 10년째인 올해 초 60, 20만 부 제작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첫 시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열기와 자유로움에 독자가 보내온 호응은 꾸준하고 뜨거웠다. 요컨대 199권의 시집은 젊은 시인과 젊은 시인선이 서로의 가능성과 패기를 믿고 함께 만들어온 시의 집이었으며, 그곳을 찾은 독자 수가 늘어가면서 지붕은 탄탄해지고 마당도 넓어져 절판 시집 없이 더 많은 기회를 품은 집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고명재 시인의 시집인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우리 삶의 절망과 희망이 교직되는 순간순간을 절실하게 잘 드러내었다는 평을 받으며(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데뷔한 고명재 시인의 첫 시집을 문학동네시인선 184번으로 펴낸다. 당선소감에서 시인은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이야기가 남습니다. 몸이 사랑이 됩니다. 또한 그 이야기와 사랑조차 시간에 녹아 다 사라진대도 우리가 함께했다는 것, 눈부신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요라 말한 바 있다. ‘

사라짐/죽음/사람그리고 이야기/에 대한 이 지극한 마음이 43편의 시편들에 켜켜이 배어 있다. 그리고 사랑, 사랑이 있다. ‘사랑은 육상처럼 앞지르는 운동이 아닌데’ ‘귤을 밟고 사랑이 칸칸이 불 밝히도록’ ‘자다가 일어나 우는 내 안의 송아지를 사랑해로 부제목을 달아 시편을 나누어 엮은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 고명재 시인의 시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사랑이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기억하는 마음. 도시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는 마음.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는 손끝의 마음. 죽은 사람들의 아름답고 빛나던 마음. 그들의 품위. 부드러운 몸짓. 보고 싶은 마음. 볼 수 없지만 용감하게 살고 싶은 마음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용감하게 애도를 하고 싶었어요. 감히 밝게, 환하게, 사랑을 쥐고 빛으로 가득한 장례를 치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쓰다보니 자꾸만 사랑시가 나왔고 말갛고 밝게 그린 죽음이 나왔어요. 이유는 모르겠다고 한다. 계속 보고 싶으니까 말이다. 길 걷다가도 펑, 울며 환해졌어요. 내 안에 받은 사랑이 이렇게나 많아서 곡진하게 슬픈 거구나 싶었으며 차곡차곡 제가 받은 그 사랑을 초를 켜듯 써보고 싶었어요. 죽어도 계속되는 게 있다고 한다. 살아도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며 텅 빈 채로 향기롭고 가득한 것. 저를 키워준 사람들의 빛나는 사랑을 자꾸자꾸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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