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인문학연구소장]
우리말 시와 노래로 우리 문화 세종, 한글, 훈민정음을 세계에 알리는, 강순예 우리말 동시 작가가 궁금했다. 그녀는 최근 우리 문화를 우리말로 잘 살려 쓴 동시집을 냈다. 그녀는 국어문장사이자, 문화칼럼니스트, “해사한 우리문화공동대표이기도 하다. 해사한은 목소리나 표정 따위가 맑고 깨끗한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강순예 우리말 동시 작가, 우리말 동시 에세이 ‘달 타는 날’, 사진제공=강순예)
(▲강순예 우리말 동시 작가, 우리말 동시 에세이 ‘달 타는 날’, 사진제공=강순예)

Q 동시 작가인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깨처럼 작아 깻녜라고 불리던, 호기심 많고, 질문 많던 내게 부모님이 걸었던 기대는 조금 컸던 것 같습니다. 그 바람의 기억이 내가 자라면서 조금씩 흐려지셨을 수도 있을 법한데, 여전히 부모님은 나를 믿으셨지요. 그게 조금은 미안했어요. 나는 공부를 썩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무엇이든 열심히는 했죠.

A 언제나 흥미로웠던 과목은 국어, 음악이었죠. 내게 시와 노래는 언제나 끌림이었고요. 새 학년이 되고 새 교과서를 펼치면 나는 늘 동시를 먼저 읽었습니다. 동시를 읽으면서 종알거리고, 흥얼거렸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의 나는 그때부터 싹튼 것 같습니다.

오빠들은 나를 남자아이로 여긴 거 같아요. 권투 장갑을 끼워주며 동네 애들과 겨루기를 시키거나, 축구 골키퍼로 세우기도 했지요. 이 부분에선 나름대로 괜찮았는지, 오빠들은 나를 잘 데리고 다녔으며, 나의 어린 시절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고, 나는 여동생들을 잘 돌보는 좀 착한 언니이기도 했습니다.

가끔 호기심 많은 내 눈은 벽지 무늬를 따라가며 연결고리를 찾았고, 귀는 라디오에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지요. 아무도 몰래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드라이버로 열기도 했는데요. 눈앞에 펼쳐진 네모 상자 안 오밀조밀 작은 세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때 그 가슴 벅찬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중학교 때는 우리 춤사위 매력에 홀딱 반해서, 고전무용을 했는데요, 갑자기 어려움에 닥친 우리 집 경제 사정은 나를 조금 일찍 철들게 했지요. 무용을 접고, 엄마 몰래 틈틈이 했던 용돈 벌기 아르바이트로 뜨개질, 성탄 카드에 그림그리기 등을 하면서, 나는 늘 새로운 경험에 눈을 반짝이곤 했으며, 그 감정을 즐기곤 했습니다.

고구려 고분벽화 담긴 우리 문화예술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우리 것에 늘 관심이 많았던 나는, <세시풍속 창작 동시의 문화적 활용>으로 대학원 논문을 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동시로 쓰고, 교육으로, 문화예술로 펼치는 일을 지금 하고 있으니, 어릴 때 배경이 나도 모르게 어쩌면 하나의 줄기로 이어온 것 같습니다.

Q 책과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면

A 한때는 독서지도사로 전래동요에서 가요까지, 만화에서 영화까지, 미술과 예술을 소재로 아이들과 잘 놀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서지도사 활동을 하는 어른들에게는 아이들과 잘 노는 다양한 방법을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래동요로 수업하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동요 속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문화를 아는 재미가 쏠쏠했으니까요.

Q 여러 분야 학습만화 책을 내셨는데요, 길잡이가 된 책은

A 2002년부터 만화가 손재수씨와 어린이 성교육 만화 시리즈(대교출판)를 시작으로 학습 만화들을 기획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 뒤 법률, 환경, 요리, 패션 만화 시리즈와 철학, 홍보만화를 썼고요, 끄트머리는 국어로 이어졌지요. <중학 공부 국어가 먼저다>, <초등 어휘력 교과서> 등 참 다양한 분야의 학습 만화책 30여 권 냈습니다. 그야말로 매우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바꿔놓았어요,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됐어요.’

사람들은 이렇게 흔히 말하는데요. 어떤 책을 쨍하게 콕 짚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 배경이 내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해야 맞을 거 같습니다.

Q 책. 읽고 쓰고, 쓰며 읽고

A 내가 쓰고자 하는 책에 도움이 되는 책을 선택하는 일은 참 중요했습니다. 학습만화 특성상, 재미와 흥미는 물론이고, 정확한 지식 정보를 주어야 하기에 끊임없이 관련 책을 읽고 참고 했는데요.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6~7권 정도의 관련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속된 말로, ’머리에 쥐가 나게책을 읽었습니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 감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어린이 성교육 만화(대교출판) 시리즈를 낼 때는 아이들이 가방에 넣고 다니며 두고두고 펼쳐 볼 수 있는 지침서, 참고서처럼 탄탄하게 구성하여 책을 만들자는 편집자와 뜻이 통했습니다. 덕분에 어린이 성교육 만화는 좋은 학습 만화책으로 선정, 10만 부 이상 나간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대만, 태국 등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5개국 모두 13개국으로 수출도 했습니다. 그 뒤 몇몇 학습만화가 수출되기도 했지요.

Q 우리말 동시는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나요.

A 만화책 쓰기를 쉬기로 했습니다. 모든 게 학습적으로만 보이던 내 눈에 꽃들이 들어오고,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습니다. 동시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게으른 시인이었습니다. 그나마 가끔 쓰는 시도 느낌이 오지 않으면 쓰지 않았고, 동시집 한 권 없으니. 어쩌면 남들에게 나는 무늬만 동시인이었지요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서 발밤발밤이라는 노래에 홀딱 반했습니다. ‘이렇게 예쁜 말이 있다니!’ 몰라서 안 쓰고, 안 쓰니 더 모르고, 마치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우리말을 살려 써야겠다 마음먹었고. 우리말 동시 쓰는 일이 참 좋았습니다, 동시 작가로는 처음으로 국립국어원 소식지 <쉼표 마침표>2, 남북사전공동편찬사업회 겨레말큰사전 누리집에 1년 동안 우리말 동시를 연재했습니다.

우리말 동시를 쓰면서 주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 사전, 새한글사전(한글학회)을 주로 참고 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명절과 절기, 우리 문화를 우리말로 잘 살려 쓴 동시집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강순예 동시 에세이 <달 타는 날>입니다. 동시에 쓴 토박이 우리말을 풀이해 놓았고요, 마치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주듯 시에 담긴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았지요. 어릴 때 울 엄마가 내게 했던 것처럼요. 엄마는 비유를 들어 말하거나, 옛시조를 읊어주며, 그에 담긴 뜻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려주시곤 했지요.

Q 언제부터 노랫말은 쓰기 시작했는지

A 어릴 때로 돌아가자면, 우리 집에는 늘 레코드판(LP)이 돌고 돌며 이런저런 노래가 흘렀죠. 엄마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노래, 오빠들이 좋아하는 노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몄을까요, 어떤 낱말이 스치는 순간, 내 입에서는 그 낱말이 담긴 노래가 톡- 튀어나옵니다. 동전을 넣으면, 원하는 노래가 나오는 주크박스처럼요.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시와 노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노래는 늘 시를 담고 있었으니까요.

Q 우리말 동시 작가와 서양 음악가의 만남 해사한노래와 활동은

A 시가, 음악을 만나 날개를 달았습니다. 전통문화를 전공한 우리말 동시 작가 강순예와 서양음악, 대중음악으로 방송 활동을 하던 음악가 전영준(해사한 대표)의 만남. 그는 대학에서 오랜 기간 실용음악을 가르쳤는데요, 알고 보면 서울예대 국악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우리에겐 이미 우리 것을 향해 가는 길이 연결되어 있었던 거죠. ‘해사한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우리말 우리 문화를 시와 노래로 널리 알리자고 했지요..

 

▲‘노래로 만나는 우리말 우리 문화’ 온라인 강의 중인 ‘해사한’ 전영준 강순예, (사진제공=강순예)
▲‘노래로 만나는 우리말 우리 문화’ 온라인 강의 중인 ‘해사한’ 전영준 강순예, (사진제공=강순예)

Q 우리말 동시에서 우리말 노래로

A 내가 노랫말을 쓰고, 전영준 대표가 작곡을 했지요. 그렇게 세종, 한글을 담은 노래 훈민정음 서문가’, ‘월인천강지곡’, ‘용비어천가’, ‘한말글 사랑하기로’, ‘한글이 좋아’, ‘우리말 날씨 노래 비 바람 구름 눈등과 우리 문화를 담은 노래 꽃보라 연가’,‘참 좋은 날’, 제주문화를 담은 노래 머들송’, ‘제주 밭담 이야기30여 곡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노래로, 해마다 한글 행사에 참여하고 있지요.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나아가 다문화 가족들과 즐겁게 공부하며 놀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우리말로 세종 마음을 느끼고, 우리 문화로 자긍심 누리는 일을 하지요. 지난해는 미국 한국학교협의회(낙스)와 워싱턴한국학교협의회(웍스) 초대로 학교장, 교사들을 위한 특별 강의(노래로 만나는 우리 말글 우리 문화)를 했습니다.

 

(사진=우리말 동시 에세이 ‘달 타는 날)
(사진=우리말 동시 에세이 ‘달 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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