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변치 않는 인간의 조건

불신과 분열의 시대에 던지는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기자]=국내 최초 밀리언셀러인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6년 만에 신작 소설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사살된 적(敵)을 위해 기도한 죄로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도 아닌 ‘적인종’(빨갱이)이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힌 채 살아간 주인공 한서진 소위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20여 년 전인 1970, 80년대, 실향민으로 북에 두고 온 토지와 직업 등을 다 잃고 남한에 정착한 후 술로 한탄의 세월을 보내며 빨갱이 오명을 쓴 채 살아간 아버지를 둔 한서진은 삶이 얼마나 궁핍했을지는 가히 짐작이 되던 시기다. 공부 잘해 서울로 대학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가난의 탈출구라 여겨졌던 시기에 한서진은 유학 간 서울에서 친구의 집에 기생하고 학비 도움을 받고자 학군단에 지원하여 소위로 임관을 하게 된다. 인간애를 소중히 생각하는 문학도 한서진은 북한 출신이라는 가족 이력과 철조망을 뚫다 사살된 적군을 향한 인간애 표출 등으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아 처절한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소설.

한서진의 억울함에 분노하고 그의 고통에 좌절하고, 그와 함께 복수의 칼날을 갈며 몰입한 책 읽기였다. 자신을 기만하고 삶을 송두리째 짓밟은 이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길 기대하는 마음과 복수를 향해 날카롭게 갈던 칼날이 자신을 더욱 망가뜨리는 일임을 주인공이 빨리 깨닫게 되길 비는 마음이 공존하며 이 책은 독자의 마음에 강한 의문 하나를 던진다.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과연 복수가 아름다울 수 있을까? 자신과 가족의 삶을 처참하게 만든 이를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시간이 약이 되는 게 아니라 정신없이 몰두하고 바삐 산 일상들이 복수의 칼날을 무디게 하고 용서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건 아닐까?

 

최고의 복수는 상대에게 똑같이 되갚아주려고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제 삶의 가치를 굳건히 지켜내는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만신창이가 된 한서진에게, 빨간 줄이 그어진 그에게 평범한 일상은 주어지지 않던 시대였다. 그가 보낸 긴 고역의 세월은 죽어나간 시간들이었고, 그 시간을 함께 한 독자들은 그의 죽어나간 시간들에 애도를 표할 뿐이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  김홍신 지음 / 해냄 출판 / 2023년10월10일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 김홍신 지음 / 해냄 출판 / 2023년10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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