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절망하는 시기가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지난 20231124일 금요일 저녁 7시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절망과 희망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명사초청특강 강연이 진행됐다. 이번 명사초청특강의 주인공으로 슬픔을 재료로 희망의 시를 쓰는 정호승 시인이 강연자로 나섰다. 정호승 시인은 이날 강연을 통해서 저는 인생이 슬프기에 시를 씁니다. 기쁨 속에서는 시가 꽃으로 피어나기 어려워요. 슬픔 속에서 시의 영혼, 시의 닻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1124일 금요일 저녁7시에 별마당 도서관에서 정호승 시인과 함께 절절한 슬픔 속에서 희망의 가치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정호승 시인은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중학교 1학년(62) 때 은행에 다니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도시 변두리에서 매우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고, 경희대가 주최한 전국고교문예 현상모집에서 고교문예의 성찰이라는 평론으로 당선되어 문예장학금을 지급하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68년 입학)를 들어가게 되었으며, 같은 대학의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으며, 1982조선일보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소설가로도 등단하였다. 한편, 그는 인기 드라마 작가 김정수(본명 김정숙)와 대학 동창이며 드라마 작가 박진숙의 대학 1년 후배이기도 하다.

197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호승 시인이 올해(2022)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시인의 문학 여정에 있어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이 해에 신작 우화소설집 산산조각을 펴냈다. <산산조각>은 시에 천착하는 중에도 동시와 동화, 에세이 등 다양한 영역을 오간 시인의 이력과 문학관이 집대성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의 압축된 묘사 이면에 숨겨진 서사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재탄생시키고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 보다 친근한 이야기로 인간의 삶이 지닌 깊은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우화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을 때 시가 소설로 재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연과 사물과 인간이 지니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우화소설의 그릇에 담을 때 보다 자유스러운 창작의 상상력과 구성력이 주어졌다. <산산조각> 책에 실린 작품들의 주인공은 망자(亡者)가 입는 수의, 못생긴 불상, 참나무, 걸레, 숫돌, 오래된 해우소(절간의 화장실)의 받침돌 등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연으로 나서기 힘든 하찮은 존재들이다. 이들은 태생이 그랬듯 보잘것없는 생을 살아간다. ‘나는 도대체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스스로도 왜 자신이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이 의문과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이 책에 담은 17편의 작품이 한결같이 붙들고 있는 화두다. 그리고 각 작품들의 말미에 이르러 찾아오는 깨달음과 감동은 날선 칼날처럼 가슴을 할퀸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듯, ‘역시 분명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서 이 세상에 왔으며 존재하고 있기에 살아가야 할 이유 또한 명백한 것이다.

갖가지 현실의 어려움으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과,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청춘들에게 <산산조각>은 지금의 나 자신과 내가 머물러 있는 삶을 보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한다. 그렇게 발견한 내 존재의 가치를 향한 깨달음은 삶의 여정을 이어가는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산산조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나의 존재 가치를 깨닫고 주어진 역할에 순명하는 자세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고양시키고 행복과 평화에 이르게 하는지 자신의 삶을 통해 말해준다. <산산조각>우화라는 틀을 넘어 심오한 구도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이유다. 삶이 무엇인지, 왜 고난을 견디고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치라. 당신이 이 세상에 올 때부터 본래 갖고 있었던 신성함을 일깨우는 시간을 맞이할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책을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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