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시란 무엇일까? 그리고 좋은 시, 잘 쓴 시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렸을 때는 동시를 읽으면서 처음 시에 대해서 접하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시를 접한다. 누군가는 시를 읽는 것을 넘어서 시를 쓴다. 시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수단이기도 한 것 같다. 시를 통해서 성장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2023126일 수요일 저녁 7시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라이프스타일 클래스 강연으로 씩씩하고 패기 넘치는 시를 쓰는 신예 작가인 고선경 시인의 강연이 나의 세계와 시를 연결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고선경 시인은 이날 강연을 통해서 시는 자신을 이해한 결과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의 기록입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126일 수요일 저녁 7시에 별마당 도서관에서 고선경 시인의 강연을 통해서 시를 통해서 자신만의 세계를 기록하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고선경 시인은 샤워젤과 소다수 문학동네 시인선 202’를 출간했는데 구겨진 뒤축 같은 오늘을 딛고 끝내 내일이라는 약속을 지켜내는 이십대의 초상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를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첫번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문학동네시인선 202번으로 출간한다.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할 당시 이문재, 정끝별 시인으로부터 넘치는 시적 패기로 써나갈 시의 힘이 기대된다는 평을 받은 시인은, 이십대의 현실을 핍진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 무궁무진하고 이상한 미래로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시편들을 선보여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딴청과도 같은 회상이 끝나고 돌아온 현재는 그러나 지고 또 지는 게임의 연속이다.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비틀고, 미지의 내일에 향기롭고 경쾌한 상상을 덧입힌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꿈으로써 또 한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고선경의 시들은 교환일기를 쓰고 무한궤도와 패닉, 다프트 펑크를 듣던 그리운 한낮의 오후로 시간을 되돌린다. 귀엽고 감미로운 기억의 조각들은 화자와 읽는 이를 노스탤지어에 잠기게 한다. 그러나 시의 후반부에 이르러 교환일기를 쓰던 화자는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 되어친구의 곁에 누워 있고, 부드러운 바람은 낡아가며 빗방울에는 녹이 슨다. 커져가던 회상을 과감히 떠나보내고 화자는 현실을 인식한다. 그리고 빚 생각에 잠 못 이루는 이십대 청년으로 돌아와 중국집 주방에서 설거지를 시작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젊음의 모습은 고선경의 시에 없다. 필터 없는 카메라와 에코 없는 마이크처럼 고선경의 시는 날것 그대로의 화소로 어딘가 어설픈 청년의 일상을 포착한다. 그런데 해고를 당해도, 시가 팔리지 않아도 고선경의 화자는 섣불리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조적인 유머로 상황을 비틀고 자신의 처지를 재차 환기한다. 자기를 연민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무게를 정확히 대면하는 패기가 고선경의 시편 곳곳에 어려 있다.

또한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에서 문학동네시인선은 지난 201712100번째 시집을 기념해 펴낸 티저 시집’(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의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기존 시집의 대표작을 엮어 펴내는 것이 시인선 기념호의 통상적인 형식이었다면, ‘티저 시집은 이름 그대로 앞으로 펴낼 시인들의 신작시를 엮은 미리 보는 미래 시집으로, 문학동네시인선이 그려나갈 이다음 세계를 담고 있다. 200번째 시집 역시 티저 형식을 유지하였다. 2023년에 등단한 신인부터 이제 막 첫 시집을 펴낸 시인은 물론, 시력 40년이 넘은 중진 시인까지, 앞으로 문학동네시인선에서 펴낼 시인 50명의 신작시가 이 한 권에 담겼다. 강정, 강지혜, 고선경, 고영민, 권누리, 김근, 김선오, 김연덕, 김이듬, 류휘석, 박연준, 박철, 박형준, 변윤제, 성동혁, 손미, 신미나, 신이인, 안도현, 안태운, 안희연, 오은경, 유진목, 유형진, 이기리, 이선욱, 이설야, 이승희, 이영광, 이영은, 이영주, 이예진, 이은규, 이진우, 이혜미, 이훤, 임솔아, 임승유, 임유영, 장승리, 전동균, 전욱진, 정다연, 정한아, 조온윤, 조해주, 조혜은, 최지은, 한여진, 한정원. “이미 시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매번 시인이 되기 위해서”(신형철) 시를 쓰는 이 이름들과 함께 문학동네시인선은 세상의 끝과 그 이후를 상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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