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고경진 기자]

꽁다리 김밥 속에 숨어 있는 엄마의 사랑

꽁다리 김밥은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정두리 선생님의 동시집입니다. 작은 들꽃, 나무, 동물뿐 아니라 떡볶이나 김밥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것들을 따뜻한 글로 옮긴 55편의 동시가 실려 있습니다.

정두리(지음)/지안(그림)/책고래/2023
정두리(지음)/지안(그림)/책고래/2023

 

엄마는 김밥 꽁다리를 좋아한다

김밥 한 줄 말아 여덟 번 자르고 남은

처음과 끝에 찌그러지거나 풀어져 느슨해진

김밥 꽁다리 두 개

그걸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우리 집 김밥엔 꽁다리가 없다

, 별 자꾸 부르면서  하나 둘, 내 입에 가둬두고
초저녁 샛별이 가만가만 말했다.
, 별사탕 먹으면서 내 얘기 했지?
죙일 귀 가려웠어!‘

우리 동네 마을버스
탈 때마다 기사 아저씨가 앉은 의자에

눈이 간다

큼직하고 핸들 꺾을 때  쿠션 좋아 보이고

앉아서 엉덩이 움찔움찔 춤춰도 되겠다

내 의자도 저랬으면

<책고래 출판사&생각>
엄마는 정말 김밥의 꽁다리를 좋아하는 걸까요? 우리 집 김밥에 꽁다리가 없는 이유는 뭘까요?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면서도 김밥은 내가 말아야 한다는 엄마. 꽁다리 김밥을 넣어 도시락으로 파는 걸 보니 정말 꽁다리 김밥이 더 맛있긴 한가 봐요. 짧은 동시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가슴 한 편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는 감정도 느껴집니다. 바로 엄마의 마음, 사랑이죠!

모양도 이름도 예쁜 별사탕을 입에 넣으면 입 안에 별을 넣은 것 같아요. , 별 모양대로 오물오물 빠는 걸 보면서 초저녁 샛별이 자기 얘기했냐고 물어요. 하루 종일 귀가 간지러웠다고요. 별사탕을 먹고 있는 아이도, 그 아이를 바라보는 초저녁 샛별도 참 예쁩니다.

마을버스에 앉아 기사 아저씨 의자를 가만 보니, 꽤 멋져 보입니다. 골목골목 누비며 쉭쉭 핸들을 꺾을 때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큼직하고 쿠션도 좋아 보여요. 의자에 앉아 춤을 춰도 될 것 같고, 의자 깊숙이 앉아서 엄마 몰래 살짝 졸아도 되는 의자! 누구나 갖고 싶죠. 이처럼 동시는 아이의 마음으로 어른이 쓴 시예요. 푸근하고 잘 다져진 글밭에서 어른도 아이도 함께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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