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 카페나 실내를 가는 것도 좋아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자연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자연을 통해서 많은 영감도 얻고 생각정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 생명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지난 20231215일 금요일 저녁 7시에 명사초청특강으로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시를 통해 나누는 자연과의 대화>라는 주제로 최두석 시인의 강연이 진행됐다. 최두석 시인은 이날 강연을 통해서 제가 지은 시는 꽃이나 새 같은 야생의 생명들을 만난 기록이에요라고 이야기했다. 20231215일 저녁 7시에 별마당 도서관에서 최두석 시인과 함께 섬세한 마으의 흐름을 써내려가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두석 시인은 도서출판 b에서 나의 대표시를 말한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당대 한국 시단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현역 시인 63인의 자선 대표시 1편씩과 그 시의 창작 과정과 시적 배경을 밝히는 신작 에세이가 1편씩이 짝을 이루어 수록되어 있다. 흔히 어떤 시인의 대표시는 무엇인가 묻는다면 그 답은 독자와 비평가에 의해 규정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시인 스스로가 나의 대표시를 선정하고, 또 그 시에 대한 창작 배경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을 끈다. 이 책에는 신예에서 원로 시인까지, 또 다양한 경향과 시세계를 이루고 있는 시인들을 망라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당대 한국 시문학의 최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크게는 도도한 당대 한국시의 흐름과 세밀하게는 시인 특유의 감성과 개성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 절정의 성과 위에 선 시인들이 스스로 밝히는 비밀한 시적 내면세계부터, 시인으로서 살아가는 여러 우여곡절들까지 읽을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가 시를 잘 읽는 길은 시인이 내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라 할 때 최상의 시감상을 제공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이 책에서 독자들은 이미 널리 회자된 명시편들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시편들을 통해서 신선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도 적지 않은 기쁨일 것이다. 독자나 비평가의 안목과는 달리 시인이 자신의 창작활동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고 있는지를 눈여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 책은 시창작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책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모두 시인일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는 엮은이들의 그러한 고려도 담겨있다. 오늘날 다양한 시창작론이 책으로 나와 있기는 하지만 시인의 문제의식이나 고민이 어떻게 시로 형상화되는가를 손쉽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시인이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시가 육화되는 과정에서의 생생한 육성이 날것으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이 책이야말로 시창작 공부에서 가장 적절한 교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모쪼록 오늘날 시의 생산량이 더욱 늘어나며 점점 더 난해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당대 최고의 성과를 낸 시인들의 자선 대표시를 모은 문제적 시집이자, 대표시들의 창작 배경이 실감나고도 세련된 언어로 씌어진 시론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이, 독자와 시인 사이에서의 수준 높은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였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여기에 참여한 63분의 시인들 모두가 치열한 시정신으로 한국시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필진의 세대별 분포나 작품경향에 있어서도 다양한 층을 아우르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국시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동시에 시인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늘날 한국시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다양한지, 그리고 수준 높은 생산성을 지녔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뿐 아니라 시를 습작을 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시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속내와 시상이 떠오르는 순간, 그리고 그 날것의 소재가 한 편의 시로 태어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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