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화면 뒤에서 벌어지는 기업들의 진흙탕 싸움
빅테크와 엔터테인먼트의 불편한 만남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기자]=출판사 시공사(대표 윤호권)의 경제경영, 인문사회 브랜드 알키가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설적인 언론인 월트 모스버그에게 “탁월한 기자”라는 극찬을 들은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자와 ‘뉴욕타임스’ 출신의 비즈니스 전문 기자가 힘을 합쳐 미디어 산업에서 수십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의 비화를 추적한 르포다. 디즈니는 왜 우편으로 DVD를 발송하던 업체에 불과했던 넷플릭스에 스트리밍 시장 선점을 뺏긴 걸까? 디즈니를 비롯해 워너미디어와 같은 수많은 미디어 기업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빌려주며 결과적으로 경쟁사를 키워준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나타낸다. 그러나 스트리밍 산업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된 연유는 단순히 미디어 기업들이 코앞의 수익에 눈이 멀어 미래를 내다 판 것이라고 정리하기엔 너무나도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다. 스트리밍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미디어 산업에서 일어난 전쟁의 참여자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시각에서 벗어나, 빅테크와 엔터테인먼트라는 이질적인 두 산업이 시대적 흐름으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일어난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입장과 생각을 지닌 경영진들의 오판과 실책, 금융 위기와 팬데믹과 같은 뜻밖의 요인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구독 피로’의 시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의심받고 있는 스트리밍 시장은 누구도 최후의 승자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핵심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내린 결정이 뒤엉키며 벌어진 뜻하지 않은 나비효과다. 미디어 산업의 시대적 흐름이 본방 사수와 영화관 나들이에서 몰아보기와 거실로 넘어가는 시기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상황을 곡해하거나 이해 관계로 차악을 택해야만 했던 기업의 수장들, 콘텐츠에 대한 견해 차이로 벌어진 경영진 간의 불화, 배신이 예정된 미디어 기업 간 일시적 동맹 속에 스트리밍 산업의 진짜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다.

단순히 흥미로운 뒷얘기라는 점에서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 표류 중인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힌트 또한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영화 제작사, 케이블 업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에이전시까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화를 넘어 기업들의 진짜 의중과 미래 전망까지 날카롭게 추론한다.

몰아보고 빠르게 보고 완결해야 보는 시대

콘텐츠 시장의 교란자와 생존을 위한 기업들 간 사투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심을 받는 넷플릭스, 역전의 기회를 노리지만 쉽지 않아 보이는 디즈니, 각각 유통과 IT의 왕좌를 차지한 아마존과 애플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영화와 드라마, 예능에 이어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르는 스포츠 중계권, 그리고 ‘광고 없는 스트리밍의 종말’이 불러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할리우드가 힘을 잃어가는 과정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기업들 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수많은 드라마 및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보길 권한다.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데이드 헤이스·돈 흐미엘레프스키 지음/출판사 알키/2023년12월8일 출간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데이드 헤이스·돈 흐미엘레프스키 지음/출판사 알키/2023년12월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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