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벽화가 마음을 훔치다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기자]=피랑은 벼랑, 절벽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가파른 언덕이란 뜻이다. 경상남도 통영시 중앙시장 뒤쪽 언덕에 위치한 이 마을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統制營)의 동포루(東砲樓)가 있었던 곳이다. 통영시가 동포루 복원을 위해 낙후된 마을을 철거할 계획이었는데 2007년 10월 한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다. 이후 이쁜 벽화마을로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마을을 살리자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을 위해 마을 꼭대기의 집 3채만 허물고 마을 철거 계획을 철회했다. 그리고 현재 동피랑은 1세대 벽화마을 중 하나로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경상남도 통영시 동피랑 벽화마을
경상남도 통영시 동피랑 벽화마을

 

전망대를 향해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면 강구항의 전경이 멋스럽고 곳곳에 이쁜 카페와 소품 가게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드라마 ‘빠담빠담’ 촬영장이기도 했기에 주인공들(정우성, 한지민) 모습이 그려진 벽화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 푸른 바다와 형형색색 벽화 사이의 노천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곳곳에 그려진 천사 날개 앞에서 사진 촬영을 이어가는 인파들 사이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편안한 옷차림은 대조를 이룬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소란과 저녁 이후 시간의 출입을 자제하는 안내 글도 볼 수 있었다. 벽화가 살려낸 마을이 그 유명세로 몸살을 앓는 모습은 예전 서울 북촌을 방문했을 당시를 연상케 했다. 미술관 관람에 에티켓이 당연하듯, 마을 관광에서도 여행객으로서의 품격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예절이다. 다만 관광 명소가 되어 통영을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잡은 이상 타지에서 여행을 온 사람들을 위한 주차 공간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시장을 통과하자마자 좁은 비탈길을 따라 차를 몰다 보면 담벼락에 줄지어 주차된 차들 사이의 빈 공간을 찾아 주차를 해야만 했다. 주말에 관광객들이 붐비는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 관련 공지나 안내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자칫 주민 안전에도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이전에 이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던 여행객들 말에 의하면 벽화에 조금씩 변화가 있다고 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하게 유지하되 퇴색된 그림들은 다른 그림으로 다시 그려진다고 한다. 굴뚝을 사진기 렌즈로 활용한 독특한 아이디어부터 가을 나들이 삼아 동피랑의 어느 집 담장에 모여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작품명 ‘소풍 나온 갈매기들’, 햇볕을 쬐기 위해 내놓은 작은 화분에 물을 주는 어린 왕자의 모습까지 사진 찍는 관광객들의 휴대폰은 쉴 틈이 없다.

동피랑에서는 예쁜 노천카페들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벽화들을 볼 수 있다.
동피랑에서는 예쁜 노천카페들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벽화들을 볼 수 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삶의 여유를 느끼고 싶은 중년들에게 동피랑 벽화마을은 어릴 적 골목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곳이고, 젊은 세대들에겐 sns 뷰 맛집으로 뽐낼 수 있는 선물같은 공간이 될 것이다. 경상남도 여행을 계획할 때 동피랑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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