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선(舟-11, 5급) 
*창문 창(穴-11, 6급)

[한국독서교육신문/성균관대학교 전광진 명예교수]
 

집에 금은보화가 많은 부잣집 자식이 유흥비로 가산을 탕진하는 사례가 예전에도 많았던 듯! 그런 일을 경계하는 명언을 찾아보자. 먼저 ‘선창을 통하여 내다본 이국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의 ‘船窓’에 대해 자세히 훑어본 다음에! 

船자는 부수자(舟․배 주)의 의미와 완전히 일치하는 매우 희귀한 예다. 오른쪽의 것은 鉛(납 연)의 생략형으로 발음요소로 쓰였다는 설이 있다. 수상 운송 수단인 ‘배’(vessel; ship)를 총칭하는 것으로 널리 쓰인다. 

窓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둔갑되는 과정을 거쳤다. ‘창문’(window)을 뜻하기 위해서 창문 모양을 본뜬 囱(창)자로 썼다가, ‘구멍 혈’이 첨가된 窗(창)자로 바뀌었다가, 다시 창 밖을 내다 봐야 속(마음)이 시원해지기 때문인지, ‘마음 심’(心)이 보태진 窓자로 바뀌었다. 窓은 ‘窗 + 心’의 형태였는데, 가운데 부분이 厶(사사 사)로 대폭 간략화 됐다. 

船窓은 ‘배[船]의 창문(窓門)’을 이른다. 선창(先唱)은 ‘먼저 노래를 부름’, 선창(船倉)은 ‘배에서 짐을 싣는 칸’, 선창(船艙)은 ‘배로 만든 다리’를 이른다. 모두 음은 같지만, 뜻이 다르다. 한글로는 똑같이 써도, 한자로는 달리 쓴다. 이게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차이다. 

유흥비로 가산을 탕진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을 찾아 아래에 옮겨본다. 중국 청나라 초기 선비들의 생태(生態)와 공명심(功名心)을 소설형식으로 풍자한 책에 나오는 말이다. 

“배로 실은 금은으로도 
 기생집의 빚을 다 못 갚는다.”
 船載的金銀, 
 선재적금은
 塡不滿煙花債.
 전불만연화채
   - ‘儒林外史’
 

사진=핀터레스트
사진=핀터레스트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