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우리나라에 근대적 의미의 공공도서관 역사가 100여년을 넘었고, 2023년은 도서관법 제정 60주년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사서자격증을 발급한 지도 올해로 58년째가 된다. 그 외에도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아쉽게도 이런 도서관과 사서들의 역사가 충분히 정리되고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도서관들이 자기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실천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의 공공도서관 역사 찾기 노력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은 일반적으로 1901년부터 운영을 한 곳이라고 하는 부산시민도서관이고, 2020년 서울의 종로도서관이 개관 100주년을 맞은 이후 2022년에는 인천의 인천시립도서관(현재는 미추홀도서관으로 그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과 서울시 남산도서관이 개관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그 역사의 의미를 되짚었다. 이들 도서관은 각각 10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역사를 정리한 책자를 발간하기도 하고, 시민들과 함께 역사적 의미가 담긴 곳들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구보학회는 남산도서관 100주년을 맞아 2022년 하반기 제35회 정기학술대회 주제를 근대 도서관 100; 도서관의 문화사와 문학사로 정하고 근대 초기 도서관 탄생의 문화사적 의미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구보학회 공지사항 참조] 종로도서관이 202111월 도서관 100년 역사의 시작이 된 경성도서관 옛 터인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 표석을 설치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연합뉴스> 2023.12.21. 기사 참조] 서울도서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은 2022년 한 차례에 이어 지난 해 4차례에 걸쳐 서울 도심 속 도서관 터와 관련 장소를 걷는 역사인문기행 서울의 옛 도서관 길을 걷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도서관 프로그램 안내 참조] 문헌정보학계에서도 근대 도서관 명칭의 도입이라든가 도서관 역사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되었고, 근현대 도서관 역사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기도 했다. 마침 월간 문헌정보팀은 1966년 사서자격증 최초 발급일인 22일에 맞춰 5일까지 나흘간 도서관과 사서를 위한 카페 행사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아직 대중적으로 제대로 인식되고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바가 없지 않다.

[좌로부터 종로도서관, 남산도서관, 미추홀도서관 100년 역사 책자, 오른쪽은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 세워진 옛 경성도서관 터 표석]

 

도서관계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서관 역사는 도서관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지식과 문화의 영역을 확장해 온 역사다. 또한 도서관을 통해 성장한 시민들이 만들어 온 우리 사회 개개인과 공동체 성숙의 역사고, 알 권리와 정보 민주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한 도서관과 그 안에서 활동한 사서와 시민들이 만들어 온 역사를 챙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도서관 스스로가 자기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미래의 도서관 문화도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없다. 지금이라도 도서관과 사서들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오늘의 역사도 꾸준하게 제대로 쓰는 것은 더 나은 도서관 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도서관과 함께 책과 독서, 지식문화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출판계와 서점계, 독서계 등에게도 도서관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는 일은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이에 지난 20202월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 역사에 대한 구체적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한 사서와 문헌정보학자, 출판인 등이 있었다. 이들은 인류 문명의 발전은 기록의 보존과 전승에 바탕을 둔 문화 창달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선대의 지식과 지혜를 세계 모든 사람과 함께 향유하고 소통함으로써 개인과 사회는 더 나아졌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도서관이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열쇠이자 헌법적 가치의 수호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유구한 역사와 함께한 도서관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고 풍요로워진 역사적 경험이 부족합니다. 도서관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기억들을 시민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발기인 일동(대표; 송승섭)발족에 부쳐)라며 이러한 현실에서 제대로의 도서관 역사 정립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도서관사연구회 출범을 알렸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등의 외부적 상황과 아직은 전문 연구자로서의 활동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사정이 있어 활동의 내용과 영역에 있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현대 도서관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족적을 남긴 도서관운동가 엄대섭 선생에 대한 책자 발간이나 세미나 개최, 우리나라 근대 도서관 역사 100년을 정리한 책 발간(송승섭 초대회장), 국립중앙도서관 관련 문건 발굴과 기증 등의 활동을 해 왔다. 도서관 현장에서 이러한 역사 찾기 노력이 공식적인 영역에서의 도서관 역사 정립과 활발한 알림에 작은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도서관 역사 쓰기부터 시작해야

도서관 역사 정리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지난 시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자료나 물건 등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도서관사연구회는 20231018-20일 일정으로 제주에서 열린 제60회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세미나와 포스터 세션에 참여해 도서관과 사서들도 자기 역사를 쓸 것을 제안했다. [세미나 자료집 참조]

유구한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지금 그 역사의 자산과 힘을 얼마나 잘 알고 있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듯이, 우리가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를 잊고 있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잘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기록해야 역사가 됩니다. 오늘 하루하루 우리가 만들고 있는 위대한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역사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고 7가지 구체적 내용을 제안했다.

  • 창립기념연도를 로고나 표지석 등에 표시하여 도서관이 축적해 온 힘찬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합시다.
  • 내외부와 홈페이지 등에 자기 도서관 역사나 연표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서 시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임을 널리 알립시다.
  • 도서관 활동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연보를 발행하여 시민들과 성과를 공유하고, 주기적으로 역사보고서(10년사, 50년사, 100년사 등)을 발행하여 도서관 역사를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축적해 나갑시다.
  • 사서의 역사를 갈무리하고 홍보할 수 있는 역사관을 설치해 시민들과 역사를 공유하고, 도서관/사서 역사와 관련한 강좌나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사서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고 강화해 갑시다.
  • 양성과 재교육과정에서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에 대한 강좌를 마련해 우리 스스로 자신의 역사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확고한 신념을 갖춘 사서가 됩시다.
  • 생성과 발전을 이끌어 온 사서들도 이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말함으로써 역사를 써 갑시다.
  • 사서의 역사를 담아 보존하고 미래로 전승하는 도서관 박물관’(가칭)을 설립합시다.

 

이러한 한국도서관사연구회의 제안을 도서관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2024년은 그런 도서관 역사 바로 세우는 새로운 출발의 해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1) 도서관계 2024년 전망과 기대 (2024.1.3.)

지난 해 1228일 한국도서관협회 등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과 도서관계 현안을 논의하고 올해 1월 중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의 면담을 가지기로 했다고 했는데, 지난 110일 한국도서관협회와 한국문헌정보학교수협의회 관계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만나 도서관계 주요 현안에 대한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였으며 정부의 긍정적인 검토와 조속한 개선 의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 날 논의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한국도서관협회 소식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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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결과에서 보면 국가도서관위원회 구성이나 국립중앙도서관 전문직 관장 채용 건은 조속한 마무리 예정이라고 한 것에 주목한다. 이미 문화부에서 도서관계의 요구에 부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일까? 그럴 것이라 믿고 조만간 긍정적 소식을 기대한다.

 

 

사진출처=미리캔버스
사진출처=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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