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전준우 칼럼니스트]

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기아와 빈곤은 대부분 사라졌고, 물질적 풍요로움이 일상이 되었다. 뉴욕에서 만들어진 스웨터를 손가락 몇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불면증 환자가 늘어났고, 우울증 환자도 그만큼 늘어났다.

숙면이 건강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휴식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인 듯하다. 램 숙면이니 수면 사이클이니 하는 과학적인 논리를 따지기엔 머리 아프고, 일단 머리만 대면 1분 안에 코를 골며 잠드는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글쓰기 외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종종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가까운 산책로를 따라 걷는 게 습관이다. 새소리를 듣고, 강줄기를 따라 강물이 졸졸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릿속이 꽤 정리가 된다. 글감이 정리될 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대부분이 해결되는 경험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은 단순히 혼자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조용히 생각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시장통을 걸어 다니면서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나 쇼핑몰을 헤집고 다니면서도 사색할 수 있고 묵상할 수 있다. 고즈넉한 산책로나 서재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꽤 다양한 형태의 사초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오로지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내가 코끼리를 쏘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종종 생각했다."

-<코끼리를 쏘다> 마지막 문장, George orwell

식민지 경찰로 근무하면서 제국주의의 강건함과 억압을 몸소 경험한 조지 오웰은, 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뒤에도 조용하고 한적한 장소만을 찾아다니면서 원고 집필에 전념했다. 조지 오웰이 쓴 글 대부분이 망평보다 한쪽으로 치우진 견해 없이 명징한 언어로 쓰여진 정확한 글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난한 사람이건 풍요로운 사람이건 인간이라는 틀 아래 있는 누구나 대자연의 법칙이 주는 고요함의 지배를 받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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