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세계 최하위 수준인 우리나라의 출생률 문제가 사회적 핵심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아동출판업계에서는 시장 규모가 갈수록 축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들이 디지털 어린이 독서 콘텐츠 이용 활성화에 나서고 있어서 주목된다.

이동통신사 3사 중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엘지(LG)유플러스이다. 202212월부터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앱 아이들나라를 선보인 이후 홍보에 열심이다. 수도권 전철에 도배를 할 정도로 서비스를 알리고 텔레비전 광고도 한다. 어린이 전집류 등 수 천 권의 책을 읽어주고 6만여 편의 어린이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첫 달은 무료이고 월정액 9,900원으로(정상가 19,800)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문해력 학습 플랜, 과학놀이 학습 플랜의 경우 2배 이상의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키즈스콜레, 그레이트북스 등 브랜드 전집과 약 3천 권의 어린이책을 연령별, 분야별로 소개한다. 서비스 방식 중 리딩북은 아이가 읽는 속도로 책을 읽거나 성우가 읽어주는 기능이다. ‘아이들사전은 모르는 단어에 대해 알려주며, ‘오디오북에서는 동화 듣기를 할 수 있다. ‘비디오북에서는 구연동화를 들려주며, ‘화상독서는 진행자가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들을 모아 실시간 수업을 진행한다.

책을 읽은 다음에는 퍼즐 맞추기, 선 잇기, 색칠하기 등과 같은 독후 퀴즈로 복습하고, 출판사에서 개발한 워크북을 집으로 보내 수준별 커리큘럼으로 학습한다. 독서와 학습, 놀이가 가능한데 웹 설정이 자유로워 상황에 맞춰 진행이 가능하다. 특히 통신사와 상관없이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고 향후 스마트TV 앱으로도 연동할 계획이다. 요즘 대세인 맞춤형 인공지능(AI) 추천 콘텐츠를 알려주거나 시청 이력 리포트를 확인할 수 있다. 핑크퐁, 뽀로로, 타요, 폴리, 마법천자문 등 유명 브랜드 도서의 연계 워크지(활동지)를 다운받아 사용이 가능하고, 각종 사용 이력 리포트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유명 영어 학습 브랜드 콘텐츠와 시사 상식, 역사 관련 유명인 크리에이터의 독점 콘텐츠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아이들나라’
LG유플러스의 ‘아이들나라’

한편, 케이티(KT)는 자사의 인터넷TV(IPTV)인 지니TV에서 밀리의 서재의 오브제북(Object Book)을 올해 111일 출시했다. 오브제북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운드가 포함된 영상형 오리지널 독서 콘텐츠이다. 이용자들은 원작 도서 내용을 반영한 이미지와 텍스트 자막을 통해 책을 접할 수 있다. 케이티의 미디어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 및 오디오북 정기구독 플랫폼으로 유명한데, IPTV와 본격적으로 협업하는 첫 사례로서 주목된다. 첫선을 보인 콘텐츠에는 밀리의 서재에서 회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 3개 시리즈의 20여 단편이 포함되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능을 활용한 ‘AI 오브제북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오브제북은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책과의 접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집중해서 읽는 책이 아니라 내 공간에서 편하게 감상하는 책이라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말하자면 영상매체에 어울리는 새로운 책의 시도인 셈이다. 만약 이것이 성공한다면 텔레비전 독서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했던 일이지만 상업적 시도가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 주목된다. 이미 KT는 미디어 그룹사 중 지니뮤직과 협업하여 24시간 텔레비전에서 음악을 재생해주는 지플레이(gPLAY)를 선보였는데 매월 약 25만 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KT 지니TV에서 선보인 ‘밀리의 서재’의 영상 독서 콘텐츠 ‘오브제북’
KT 지니TV에서 선보인 ‘밀리의 서재’의 영상 독서 콘텐츠 ‘오브제북’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패드(태블릿)를 활용해 성공한 독서 플랫폼의 원조 격은 출판사 웅진씽크빅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웅진북클럽 라이브러리를 출시하였는데 그림책, 동화, 전집, 학습도서 등 국내외 도서 8천여 권과 교육 영상 콘텐츠 12천 개가 포함되었다. 웅진북클럽 슈퍼 플래티넘 38’ 패키지에서는 독서, 영어, 학습, 체험, 바이백(50%)을 포함해 38개월 약정으로 월정액 39천 원부터 28만 원까지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웅진북클럽2014년 출시된 후 2019년에 회원 수 44만 명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수준별 학습 지원 플랫폼 웅진스마트올을 출시해 23만 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출생률이 저하하고 스마트 영상 미디어의 발달로 종이책 독서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사와 인터넷TV에서 기울이는 독서 연계 마케팅은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크다. 인공지능 기술이 주도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독서의 방식과 영역 또한 종이책이나 텍스트로 제한되지 않고, 수준별 맞춤형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양한 책으로 읽기 생활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렇지만 우려되는 바도 적지 않다.

엘지유플러스 서비스의 경우 독서에 방점을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어린이 교육학습에 중점을 둔다. 독서 역시 조기교육을 위한 학습의 일환일 뿐 책 읽는 즐거움을 북돋아 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상업적인 통신자본에 의한 월정액 구독 방식은 이용이 어려운 가정의 소외감과 양극화를 키울 것이다. 구독료 방식에서 서비스업체는 회원 수가 증가할수록 이익을 보겠지만 출판사와 저자는 콘텐츠 제공에 따른 적정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다. 또한 부모나 양육자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만 아이에게 들려주면 독서교육의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케이티와 밀리의 서재가 소개하는 오브제북은 최소한의 텍스트가 있는 영상물일 뿐 책이라 부르기 어렵다. 텍스트의 언어문자를 해독하는 것이 독서의 본질인데, 집중하지 않고 감상하라(이미지로 즐기라)는 메시지는 독서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나아가 독자의 상상하기 기능을 없애는 영상으로 책의 기능을 대신하기란 어렵다. 오브제북은 비독자에게도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으로서 소중한 것이지만 진짜 종이책이나 전자책, 오디오북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책의 부차적 활용 수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망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 제공 사업자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도 남는다. 여기에는 출판업계의 콘텐츠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업 문제가 함께 제기된다. 통신사는 독서 플랫폼 서비스의 수익성이 낮으면 언제든 중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출판 생태계 구축이라는 화두와 직면한 아동출판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까닭이다. 독서에 대한 흥미와 독서 성장판을 키워주겠다는 통신사의 멋진 마케팅 문구를 현실로 만드는 책 생태계와 사회의 노력이 쌓아져 나가기를 바란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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