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시가 많은 사람들이 쓰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지도 굉장히 오래됐다. 지금 시대처럼 스마트폰을 넘어 기술이 발달된 시대에 시를 읽고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2024110일 수요일 저녁 7시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삼성역 인근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도서관에서 <21세기에 시를 읽고 쓴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특별한 시선을 가진 젊은 시인인 육호수 시인의 강연이 진행됐다. 육호수 시인은 이날 강연을 통해서 똑같은 말도 새롭게 풀어내는 시의 매력에 대해서 함께 알아볼까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안녕, 혹시 고사리 장마라는 말, 아니? 이곳에서는 봄장마를 고사리 장마라고 한대. 구름이 세상을 기어 건너는 계절이야. 지나가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 사라지게 할 수 있겠냐고 내게 물었었지라고 이야기했다.

2024110일 수요일 저녁 7시에 별마당 도서관에서 육호수 시인과 함께 다양한 시인들의 언어를 통해서 시를 읽고 쓴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육호수 시인은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를 출간했는데 육호수는 사물의 뉘앙스를 건져내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으며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인이다. 등단작 해변의 커튼콜을 포함해 총 34편의 시와 부록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어두우면서도 경쾌한 언어로 유년 시절의 상처와 성장을 다룬다. 시집 곳곳에 성경 구절이 인용되고 지상과 천국의 풍경이 겹친다. 신성성을 모티프로 한 여러 시편들에서 엿보이는 비딱한 언어들은 기도 바깥의 세상으로 몸을 내밀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다. “새를 만난 적 없는 새에게라는 시인의 말처럼, 독자들은 만난 적 없는 낯선 언어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육호수의 시에는 죄를 짓는 아이가 등장한다. 그 아이는 호랑거미의 통통한 배에 플라스틱 총알을 쏘기도 하고 어항에 고춧가루를 쏟아버리고 울기도 한다. 아이는 자신의 죄를 모르지 않는다. 그 아이는 내가 깬 유리병을 대신 치우는 사람에게/용서를 빌 뻔하는 아이다. 꿈에서 귀신들이 자신을 울리는 까닭에 대해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또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는 아이는 그렇기에 더 나빠져야지라고 말한다. 흔히 나쁘다고 낙인 찍힌 아이들이 더 과장되게 나쁘게 구는 것처럼 말이다.

죄의 기준점은 판단하는 이들마다 다르다. 비단 인간이 아니더라도 생명을 가진 존재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은 분명히 나쁜 일이지만, 어떤 이들은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만으로도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다들 죄를 지은 채이기도 하다. 선함도 악함도 모르던 아이들은 잘못했다는 말을 듣는 것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선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잘못들은 유년의 상처가 된다. 몸의 상처는 대개 시간이 흐르면 치유되지만, 잘못을 통해 생긴 유년의 상처들은 아이가 자라나도 치유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도 함께 자란다. 우리가 유년의 기억에 오랫동안 매여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다 자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꿈속의 나는 여전히 일곱 살로 깨어난다. 어쩌면 이러한 상처들이 꿈속에서 일곱 살로 깨어난 시인이 책상 앞에 앉아 시를 쓰게 만드는 원인이지 않을까.

잘못을 통해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용서를 구하고 받는 일이다. 사람에게 지은 죄는 사람에게 용서를 빌면 되지만, 지은 적도 없는데 타고나는 죄는 누구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까. 용서를 비는 손과 기도를 올리는 손의 형상이 비슷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목자의 아들 혹은 독사의 자식으로서 죄를 저지르고 용서를 구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기도와 메아리 사이어디쯤에서 울려 퍼진다. 시집 곳곳에서 성경의 구절이 인용되고, 현실과 천국의 풍경이 서로 겹치는 것은 육호수 시의 특징 중 하나다. 육호수의 첫 시집을 순례의 시집으로 부를 수도 있겠다. 그는 에서 파울 클레의 그림에 등장하는 천사 중 하나인 건망증이 심한 천사에게 편지를 띄운다. 그는 편지를 통해 이 세상의 고통이 저 거미줄만큼 가늘어질 순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축복을 오늘 오후의 빛 속에 전부 가둘 수도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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