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우리는 자신의 업무 외에는 전문가가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우리들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바꿀 수도 있다. 올바른 관점과 해법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서 듣고 지지하면 된다. 여기 그럴만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의사이자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정책학과의 김현철 교수이다. 경제학으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실직했거나 몸이 아프고 집이 없어서 막막할 때, 김현철 교수는 경제학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자신을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인생 8할은 운이라고 말한다. 지난 2024117일 김현철 교수의 강연이 서울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최인아책방에서 <경제학이 알려주는 해법>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한편 김현철 교수가 출간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은 의사가 질병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의학적 근거에 따라 처방·치료하는 것처럼, 당위와 직관이 아닌 실험과 데이터로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조언하며, 가난과 불행의 덫에 걸린 국민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경제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사이자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묻고 답한다. 김현철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이자 경제학자이다. 코넬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및 정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공공 정책 전문가로, 한국뿐 아니라 말라위, 에티오피아, 가나, 그리고 인도, 필리핀, 부탄, 홍콩 등지를 누비며 다양한 정책을 실험하고 분석해왔다. 특히 말라위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진학 후 성년이 될 때까지 삶을 추적해 교육이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증명한 공동 연구는 사이언스에 실렸다. 김현철 교수의 연구 성과는 일찍이 세계적인 경제학자들과 정책 전문가들에게 주목받아왔으며 그의 코넬대와 홍콩과기대 경제학 강의는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 책 역시 출간 전부터 국내외 여러 석학들로부터 경제학이 삶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며 명확하고 현실적인 방안과 더불어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김현철 교수가 개인의 불운과 국가의 책임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된 계기는 의사이면서 경제학자인 저자의 독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의과대학 졸업반 시절, 강남의 한 병원에서 전이가 상당히 진행되어 손쓸 틈조차 없는 상태로 병원을 방문하는 암 환자를 목격하게 된다. 단지 못 배우고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저 불운했을 뿐이다. 그는 진료실을 나와 우리 삶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로 변신했다. 하지만 따뜻한 선의만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없다.

저자는 당위와 직관이 아닌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기 위한, 본인의 연구를 포함한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들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사회 실험 중인 서울시의 안심소득 제도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등교 제한 조치’, 근로시간 감소 흐름과 맞물린 4일 근무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의 득과 실을 따져본다. 그 외에도 엄마 배 속에 잉태된 순간부터 삶을 다할 때까지 한 인간의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보건·교육·노동·돌봄 및 복지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고 작동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교육과 구직의 기회를 차단당하고,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노년에 돌봄을 받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재난으로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대. 태생의 우연성은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공동체의 도움으로 개개인의 삶은 빛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김현철 교수가 홍콩으로 이주한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서였다. 이 제도는 단순히 저출산 대책을 넘어선,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고 가족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경제 및 돌봄 대책이라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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