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

 

새로 한 해가 시작되면 개인이든 단체든 모두 올 한 해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계획이나 각오를 다질 것이다. 2024년이 시작된 지도 훌쩍 시간이 흘렀다. 새해 첫 날의 계획이나 각오가 3일 만에 무너지지는 않았으리라 믿는다. 아직 살아가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각오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런 방법의 하나가 자신의 계획이나 각오를 두루 알리는 거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흐지부지하려던 생각을 고쳐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공공서비스로서 도서관은 자기 계획을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시민의 공공서비스인 도서관들은 어떠한가? 올해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떤 일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이미 작년 후반기부터 올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2024년 사업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그 계획을 가지고 정부는 국회에서, 지자체 소속 도서관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의회에서 논의하고 최종적으로 예산을 확정했을 것이다. 정부의 경우에는 이미 도서관 관련 예산이 적지 않게 축소되었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도서관 예산이 축소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래서 추진하던 공공도서관 건립을 중단하거나 개관 시기를 늦추게 되었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단편적인 소식을 접하기는 하지만 정말 각 도서관들의 올 한 해 살림은 어떻게 준비되었는지, 어떤 일들을 하려고 하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정확하게 사정을 알지 못한다. 도서관 사람으로서는 무척 궁금하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자기가 이용하는 도서관의 올 한 해 계획이나 각오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까? 궁금할까? 그런데 공공서비스 기관으로서 도서관들은 자신의 활동의 목적이나 목표, 추진에 필요한 모든 자원, 무엇보다도 자신의 서비스 향유자가 시민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다 상세한 설명을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도서관들은 그런가 묻고자 한다.  

 

최근의 몇 몇 사례들

경상남도교육청은 소속 공동도서관 관장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1월 11일 ‘차세대 도서관 서비스 확대 등 미래형 도서관 독서 환경 구축’을 위한 주요 업무 설명회를 열었다고 한다. [<경남일보> 2024.1.12.] 의앙시 경우는 1월 19일 관내 사립 작은도서관 운영자를 대상으로 ‘2024년 작은도서관 운영 활성화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뉴시스> 2024.12.2.] 파주시 교하도서관도 ‘2024년 파주시 작은도서관 지역강사 연계 독서문화프로그램 지원사업 참여 강사 모집’‘을 하면서 관련한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임을 밝혔다. [교하도서관 소식 참조] 수원시 도서관은 관내 지역서점을 대상으로 ’2024년 도서구입 계획 관련 설명회‘를 1월 11일 열었다. [광교홍재도서관 공지사항 관련 공지 참조] 구리시 교문도서관은 2023년 12월 12일 재개관하는 도서관이 중점 추진할 사업인 ‘방정환 특화사업 설명회’를 열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중부신문> 2023.12.14.

한 편 정부나 유관 기관에서도 올해 사업과 관련한 설명회를 가졌다는 소식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월 17일, ‘2024 지역문화예술 정책 및 로컬 100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문화예술단체, 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해서 정부의 사업 추진 방향과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문체부 보도자료 참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도 출판문화 산업 관계자 대상으로 2024년 한 해 추진할 사업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관련 공지 참조] 도서관 관련해서는 아직 그러한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이러한 행사도 드물고, 대부분은 사업과 관련한 관계자나 직접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궁극적인 사업 수혜자일 시민들에게까지 설명의 자리가 개방된 것 같지는 않다. 

 

이젠 도서관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공개하고 알리기를!

아쉽게도 도서관 부문에서 자신들의 활동 방향이나 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알림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매번 특정한 사업을 진행 할 때에는 관련한 공지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리고는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이 한 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이미 확정된 예산서와 사업계획을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확정되기 전까지는 세세하게 공개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미 확정된 다음에는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 매년 사업계획을 수립해 확정하고, 그에 따라 운영을 하고 있을테니, 그 관련 계획을 공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대부분 도서관들이 작년 말부터 중단했던 희망도서 신청을 다시 재개했을 것이다. 과연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이 확보한 올해 희망도서 구입 예산을 얼마나 될까? 한 해 전체 도서구입비 예산은 또 얼마나 될까? 독서활동에 배정된 예산은? 그리고 예산은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쓰여질 것인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은 그런 것을 언제든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을까?

정부든 지방자치든, 아니면 각 단체 등도 한해 시작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년사를 발표하거나 신년인사회를 하지 않는가? 올해 많은 지자체장의 신년사에서 도서관에 대한 언급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는 직접 해당 도서관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관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시민들과 함께 한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도서관들도 지역의 시민들에게 올 한해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관장이 직접 설명하고 시민들의 의견도 듣는 그런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한다. 

이제 도서관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핵심이 되었다. 공동체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도서관이 먼저 지역사회에 손을 내밀고 이야기를 건네야 한다. 그런 좋은 때가 바로 한해를 시작하는, 가장 희망이 넘치는 지금이 아닐까 싶다. 아직 신년의 희망찬 기운이 남아있을 때, 도서관이 시민들과 만나 한해를 희망차게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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