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된 기획 전시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기자]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대구 독립서점이자 큐레이션 책방을 다녀왔다. 바로 건들바위역사공원 소재의 복합문화예술공간 C1912(Cliff on Geondeulbawi since1912)내에 자리잡은 ‘대봉산책’이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동네 인근이라 너무나 변화된 모습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지만, 대구시는 1994년에 종합조경공사를 통해 대구 기념물로 지정된 건들바위가 있는 이곳을 복합문화공원으로 조성하였고 이후 이 공간 안에 카페와 서점과 전시관이 입점되었다. 겨울이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린 탓인지 필자가 방문한 날에 ‘대봉산책’은 직원 한 분만이 외로이 책방지기를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책방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봉산책'은 대구 중구 대봉동의 건들바위역사공원 내에 위치한 독립서점이자 큐레이션 책방이다. 
'대봉산책'은 대구 중구 대봉동의 건들바위역사공원 내에 위치한 독립서점이자 큐레이션 책방이다. 

‘대봉산책’은 3만여 권의 빈티지 북과 매달 큐레이션된 기획 전시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로 지역민들에게 문화, 미술,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넓지 않은 공간에 담긴 눈에 보이는 책들이 과연 3만 권이 되는지는 의문이 생기지만 도서 전시공간은 총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공간은 빈티지 도서와 약간의 베스트셀러, 책방 직원의 추천도서가 있는 공간이다. 책방 매출을 고려하면 턱없이 베스트셀러가 부족해 보였지만 그 점이 독립서점의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두 번째 공간은 서점 옆 전시관과 연계해 큐레이션된 도서들로 채워진 곳이다. 이번의 기획 전시는 식물이었기에 이 공간의 책장은 식물 관련 책들이 독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전시관의 주제가 갑자기 수석으로 바뀌는 바람에 책방엔 식물 책들이, 전시공간엔 수석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직원의 말이 없었더라면 책방 곳곳에 놓여진 돌들이 단지 책방 주인의 인테리어 소품이라고 생각할 뻔 했다. 이 기획 전시 서가의 맨 위와 아랫줄은 어느 출판사의 고전문학전집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그 이유는 고전문학을 읽는 독서모임이 매달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모임 회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 갖추어 놓은 책들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책방 안쪽의 아치형 벽을 통과하면 나오는 널찍한 공간으로 이곳에는 고객들이 가져온 2000년 이후 출간된 중고서적들이 즐비했고, 맞은편은 목조 계단으로 편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자리가 배치돼 있었다. 중고책을 가져온 고객에겐 책방 옆의 ‘대봉정’카페에서 무료로 아메리카노 한 잔 쿠폰을 제공한다고 한다.

책방 내 공간은 큰 서가를 기준으로 세 공간으로 나눌 수 있고, 앉아서 독서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책방 내 공간은 큰 서가를 기준으로 세 공간으로 나눌 수 있고, 앉아서 독서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서점들에 고객들을 빼앗기고 지역서점 지원 또한 감축된 상황에서 자기 책방만의 특색을 찾기 위한 지역 서점의 노력이 눈물겨운 요즘이다. ‘대봉산책’은 이러한 때에 지역민과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이 인상 깊은 곳이었다. 지역 상권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도심 속 예술과 자연이 함께 하는 기획전시, 영화음악 감상 프로그램, 문학전집 완독클럽, 영어 원서 읽기 모임 운영 등 복잡한 도심의 한가운데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대봉산책’에서 지역 서점의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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