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홀로코스트를 바라보다
유대인으로 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기자]신간 도서의 캐치프레이즈를 보면서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을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 홀로코스트, 유대인 학대 등의 단어가 등장하면 독자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럽다.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우리 민족에겐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 남의 나라 일 같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들을 잊어서는 안 돼. 그럼 그들이 존재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거야.

'우편엽서' 중에서 (p.591)

비교적 담담하게 읽어내려 했던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위 문장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을 읽어낸다는 건 나에겐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이다. 분명 마음이 힘든 독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은 엄마집으로 온 우편물들 속에 끼어 있던 정체불명의 우편 엽서 한 장으로 시작된다. 엽서 안에는 홀로코스트로 숨진 엄마(렐리아)의 조부모님(에브라임, 엠마), 이모(노에미), 외삼촌(쟈크)의 이름만이 적혀 있다. 그리고 엄마의 딸인 소설 속 화자인 나(안)는 엄마와 함께 엽서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고자 길고 긴 아픔의 가족사를 이야기 나눈다.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엽서를 보낸 이를 찾기 위해 머릿속은 추리하느라 바쁘고 가슴은 아팠다.

사실 유대인 학살과 박해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과거 속 역사로 끝난 줄 알았다. 유대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현재도 진행 중인 아픈 진실인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에겐 수용소로 끌려가 유린당한 과거 조상들의 치욕만이 아픔이 아니라 현재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왕따당하는 사회적 이방인이었다.

수용소로 자신과 가족을 끌고 간 버스에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탑승해야 한다는 것, 삭발당한 채 줄무늬 파자마 죄수복을 입고 귀환하고 기생충 박멸을 위한 살충제 분사기 앞에서 또다시 나체가 되어야만 했던 강제 수용자들에게 인권이란 없었다.

왜 끌려가야만 하는지,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생존을 증명해야만 하고 처형당한 가족의 죽음을 증명해야만 하는 살아남은 자들.

자식들에겐 그 아픈 과거를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자신은 생존한 가족이라는 죄책감을 평생 품고 살면서 치매로 정신줄을 놓는 그 순간에라도 절대로 잊지 않으려 한 그 이름들.

자신이 그 이름을 잊는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은 세상에 존재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돼버린다는 죄책감은 생존자 가족들에겐 평생의 한이자 숙제였다. 

이 소설은 프랑스 소설이자 한 기족의 서사이며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유대인 가족사를 재구성하는 실화 소설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은 잘못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기에 작가 가족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길 고대해 본다.

도서정보-우편엽서, 안느 브레스트 지음, 사유와 공감 출판, 2024년1월3일 출간.  사진제공/사유와 공감 인스타그램
도서정보-우편엽서, 안느 브레스트 지음, 사유와 공감 출판, 2024년1월3일 출간.  사진제공/사유와 공감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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