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어느덧 벌써 새해, 2024년이다. 시간은 자꾸만 가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는 이 질문에는 선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지난 2024112일 금요일 저녁7시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최인아책방에서 아동원 피디의 강연이 <문제적 피디에게 듣는 좋은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SBS 스페셜등을 연출한 이동원 피디는 물론 자신의 일을 좋아하지만 또한, 방송쟁이로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무엇이 좋은 삶인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한다. 이동원 피디 정인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문제적 피디이기하다. 한편 <월급쟁이 이피디의 사생활>은 이피디는 어쩌다가 밤샘은 기본, 경찰청을 내 집처럼 드나들게 되었을까

이피디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월급쟁이다. 밤샘은 기본이고, 제 시간에 퇴근을 해본 적도 없다. 시사교양 피디로 살면서 그는 집에 제때 들어간 적보다 경찰청과 부검실, 구치소를 더 자주 들락거렸다. 조금 재밌게 살아보고 싶어서 대학생 때는 세계 일주를 계획해서 다녀왔고, 아프리카에서 한 달 살기를 했던 적도 있었던 이피디. 이십 대의 세계 일주를 한 권의 책(조금 다른 지구마을 여행)으로도 엮어서 냈던 그는, 그 후 대학을 채 졸업하지도 않은 채, SBS 시사교양 피디로 입사를 한다. 그런데 이피디의 핸드폰에는 자꾸만 전과자, 조폭 세계와 관련된 사람들의 연락처가 더 많아진다. 명절에는 그들과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안부 문자를 주고받는 게 일상이 되고 만 이피디 세상의 중심인 서울에 와서 재밌게 살아보는 게 꿈이었던 그. 그런데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채, 얼떨결에 피디가 되고 난 후, 어쩐지 이피디의 인생은 꼬여버린 것만 같다. 피디란 아이디어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로 뛰어다니는 노동자일 뿐

스타 피디가 주목 받는 시대다. 바야흐로 세계가 K-콘텐츠를 주목하고 스타 피디들의 연봉이 몇 억 원이라는 소문이 돈다. 이피디에게 사람들이 묻는다. 피디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이냐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이피디는 생각한다. 피디란, 어느 제조업체의 공장장 같다고. 꿈꾸듯 아이디어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며 촬영을 하고, 예산도 다 직접 짜야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또한 자신과 함께 일할 작가들과 카메라 감독들도 직접 모셔 와야 비로소, 일이 시작된다. 그 후엔 촬영한 장면들을 밤새 편집하고 정해진 시간에, 송출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피디란, 최첨단 기술로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라고 그는 정의한다. 이피디는 그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SBS 스페셜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해왔다. 이 책에는 그동안 방송을 만들면서 그가 만난 사람들,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촬영하면서 만난 조폭과의 일화, 취재를 열심히 하다 보니 우연히 사설 도박 하우스에 가게 된 이야기, 이승용 변호사를 취재하며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어떤 고민,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배은심 여사와의 추억, ‘정인이 사건을 취재하며 느낀 분노와 울분 그리고 두려움, 카메라 앞에 선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제보들까지. 그동안 방송쟁이로 살며 그가 만난 사람들, 취재를 하며 수없이 느낀 슬픔과 이상한 감정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이 책에 담았다. 피디란 어쨌든, 무엇이든, 결국 해내야만 하는 사람

피디라고 불리지만 어찌되었든, 회사에 소속된 월급쟁이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피디. 그는 가끔 피디로서 재능이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나 고민한다. 그는 경찰청에서 알려준 엄청난 이슈를 알아채지 못하고 온 뒤, 자책을 하기도 한다. 싸움을 정말 못 하는 그는 전과자들을 만날 때마다 속으로 그냥 도망갈까고민도 한다. 집에 언제 들어갔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밤샘을 하다 보면, 취직하기 전, 절대 방송국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조언했던 선배가 생각나고, 매일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가 계속 피디를 하는 건, 생각보다 이 일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저 회사가, 선배가 시키는 대로 맡은 바 일을 다 했는데,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한다. 가끔은 자신이 만든 방송이 세상을 바꾸기도 하는데, 그럴 땐 오히려 얼떨떨한 기분이 든다. 너무 힘들다고 매일 생각하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다이내믹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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