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고경진 기자]

뒤늦게 알아차린 어떤 마음들과 내일을 알 수 없는 어떤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어 내딛는 어떤 발자국들에 대한 네 편의 이야기.

고이(지음)/김연제(그림)/마음이음/2024
고이(지음)/김연제(그림)/마음이음/2024

아이들이 감당하는 삶의 무게에 대하여

달걀이 탁에 실린 네 편의 동화는 궁핍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모성과 돌봄이 부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작아진 운동화 때문에 발뒤꿈치가 까지고, 자전거 없이 먼 길을 걷거나 친구들이 간식을 사 먹을 때 참아야 한다. 감내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마 안 남은 달걀을 탁 깨뜨릴 때, 모처럼 받은 용돈을 쥐고 한밤중 집을 나설 때, 무심코 저지른 잘못을 털어놓으려고 할 때. 우리는 얼마나 용기와 진심이 필요한 걸까?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의 아름답게 빛날

내일을 기대합니다

 

<고이 작가&생각>
책을 읽을 때면 영화를 볼 때면 반짝이는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에게 눈이 갑니다. 수줍고 어수룩한 그들이 궁금합니다.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해 질 녘 푸른 어둠이 깔리는 골목길처럼 가슴 한편이 아득해지는 이야기만 자꾸 떠오릅니다. 타악! 힘차게 달걀을 깨뜨리는 지은이와 천천히 걸어오는 영식을 기다리는 와 파스를 사기 위해 약국으로 달려가는 민재와 언니에게 힘겨운 고백을 털어놓는 선아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그러다 마침내 알게 되었어요. 이들은 뒤늦게 알아차린 어떤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요. 그 마음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내일을 상상해 봅니다. 이전과 똑같은 세상에 속해 있더라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되리라는 것을요.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을 발견했으니까요. 사랑이 그들의 몸을 통과해 지나갔으니까요.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과 시선이 머무는 곳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밝고 환한 빛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반짝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