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중력을 거스르면서 더 높이 오르려고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다보면 지치고 힘들곤 한다. KBS 공채 아나운서에서 배우로 살아가던 최송현 작가는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 스쿠버 다이빙을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수평선 아래 세상을 경험하면서 삶의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답답하고 숨 막히는 날, 숨 쉴 수 없는 바닷 속으로 숨을 쉬러 들어간 것이다. 지난 2024125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최인아책방에서 최송현 작가의 강연이 <KBS 전 아나운서, 최송현의 숨통이 트이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그의 강연을 통해서 미처 몰랐던 바다와 바다 생물의 이야기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한편 최송현 전 아나운서가 출간한 책인 <이제 내려가볼까요?>는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온 아나운서이자 배우 최송현이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완전히 달라진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 이제 내려가볼까요?를 출간했다.

13년 차 스쿠버 다이버이자 전문 강사 그리고 세계 최대의 스쿠버 다이빙 단체인 PADI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느낀 개인적 감정과 깨달음 외에도 남편과의 운명적인 만남, 바닷속 아름다운 해양생물, 그리고 이들의 보호 활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저자가 직접 촬영한 100여 컷의 사진을 통해 다채로운 수중 생물과 바닷속 풍경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다이빙 장비와 용어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았다. 저자는 자신에게 진작 물어보았어야 할 이러한 중요한 질문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쿠버 다이빙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꼽는다.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지금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 행위는 명상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호흡에 집중하는 가운데 편도체가 안정화되고 그 결과 스트레스가 완화되어 몸과 마음이 평온을 되찾는 명상과 같이 스쿠버 다이빙은 편안한 심장과 호흡으로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이 함께 존재하는 시간이다. 또한 스쿠버 다이빙에서는 안전을 위해 21조로 움직이는 버디 시스템을 따르는데 여기에는 인간의 삶과 철학이 담겨 있다.

한정된 기체를 관리하기 위해 한 사람의 탱크에 호흡기가 2개 달려 있고, 둘 중 한 사람의 호흡에 문제가 생기면 나머지 한 사람의 장비로 무사히 출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와 함께하는 타인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스쿠버 다이빙의 버디 시스템에는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연대하여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저 내가 지금 안녕한지, 다이빙을 끝내는 순간까지 안녕할지, 끊임없이 나의 호흡을 관찰하고 귀 기울일 뿐. 너무도 단순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질문이라 진실하고 따뜻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었을까. 스쿠버 다이빙은 내가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아낌과 사랑, 존중을 받는 시간이다.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바닷속에서 나는 나와 숨으로 대화한다. 답답하고 숨 막히는 날. 숨 쉴 수 없는 바닷속으로 나는 숨을 쉬러 간다.” 물속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하지만 그렇다고 적막하기만 하지는 않다.

물고기나 갑각류, 특히 성게는 타닥타닥하고 자작나무 향초가 타는 듯한 소리를 낸다. 또한 바닷속에 머무르며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물고기의 보석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나 중국 고관의 옷처럼 화려한 색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 밤에 펼쳐지는 나이트 다이빙에서는 형광 반딧불 혹은 날아오르는 불씨 같기도 한 플랑크톤을 만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대물(大物), 그중에서도 고층 아파트 한 채가 내 앞에 퉁 떨어진 것만 같은 거대한 크기의 혹등고래를 목격한다든지, 한눈에 봐도 나이가 백 살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거북이의 안내를 받아 바닷속 이곳저곳을 누비게 될 때 우리는 인간의 한계와 상식을 초월해 생명과 교감하는 깊은 행복감에 빠져들게 된다. 공포스러운 배경음악이 등장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 인해 해양 환경 보호라는 목표는 부정적이고 무거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외면당하거나, 연쇄 살인범이라는 오랜 누명을 벗지 못한 상어는 죽음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는 경이롭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은 아름답다. 이러한 신비로운 바다의 모습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바다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바닷속 세상을 궁금해하고 좋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다 덕후 최송현이 꿈꾸는 미래이자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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