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독립서점은 서점지기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여 운영된다. 출판시장의 노른자위(필수 상품)로 일컬어지는 학습참고서나 문제집을 취급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기존의 출판물뿐 아니라 시중에서 유통하지 않는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곳도 많다.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문화 활동과 책 모임, 취미와 관심사에 따른 각종 이벤트 등으로 젊은 세대의 감각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서점이나 대형 매장 서점을 찾는 시대에, 할인하기도 어렵고 구색도 충분치 않은 독립서점을 찾는 독자는 제한되어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관심과 관계맺음을 시도하는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이른바 공유서점이다. 서점 공간 내 책장을 개인 고객들에게 임대하여 운영하도록 하는 공유 오피스와 같은 임대형 매장이다. 책장을 임차한 고객은 그 책장의 주인이 되어 자신이 팔고 싶은 책을 진열하여 판매한다. 따라서 숍인숍(shop in shop)’으로 볼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의 서점이 수년 전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 양상이다. 책장의 칸마다 소정의 금액으로 임대를 내준다. 이를 분양받은 책장 주인들은 소액의 월세로 작은 책장의 서점 주인이 될 수 있어 부담이 적고, 임대를 내주는 입장에서는 임대 책장 이외의 책장을 자신의 판매 서가로 활용할 수 있어서 서점 경영의 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일본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수십 곳의 공유서점(공유형 서점)이 성업 중이다. 그 가운데 한 곳인 네코노홍다나(고양이 책장)’의 경우 작고한 유명인들이 소장했던 장서를 기획 책장에서 판매하고, 상설 책장에서는 100명이 넘는 일반인들의 임대 책장을 운영한다. 이곳의 책장 170개가 거의 꽉 차 있다. 가로 넓이 30센티 규모의 책장 주인이 되려면 가입비 11,000(10만 원)과 매달 임차료 4,400(4만 원)을 지불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사례로는 전주시에 있는 경원동등이 있다. 중고서점이 있던 자리에 지난해 11월에 생긴 공유서점이다. 가로 40센티 크기의 책장을 월 35,000원에 임대할 수 있다. 63개 책장을 각기 다른 개성과 특성을 살려 운영 중이다. 공유서점의 국내 확산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지만, 부담 없는 비용으로 미니 서점주인을 꿈꾸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여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책장 공간을 개인에게 단순 임대하는 방식과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거나 지역 내 해당 분야 전문가나 유력 인사들을 서점 경영에 참여시키는 방안이다. 서점 북큐레이션의 질을 높이고 매장 전체의 서가 구성에서 특징과 조화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지 서점 경영난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서가 아니라 서점 콘텐츠의 충실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면서 커뮤니티 거점 공간으로 자리잡는 유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사유(私有)하는 서점에서, 이제 공유서점 시대로 나아가는 새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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