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전준우 칼럼니스트]

동트기 전 새벽이 제일 어둡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 순조롭게 풀어지기 바로 전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It's always darkest before the dawn.'이라고 표현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속담인 듯 하다. 속담은 그러할지라도 새벽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굉장히 멋진, 훌륭하고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 어둠은 온 세상을 캄캄하고 적막한 공간으로 만든다.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고,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어려우며, 불이 켜져 있는 집도 찾아보기 어렵다. 푹 숙면을 취하고 난 뒤 일어나서 만나는 새벽의 향기는, 사색을 사랑하며 글 쓰는 일에 소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훌륭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조깅, 수영, 요가로 끝나는 새벽은 건실한 삶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생각만 해도 훌륭하다. 새벽 독서는 또 어떠한가? 정신 건강을 맑게 하고, 지적 풍요로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새벽 독서는 참 좋은 습관이다. 새벽 글쓰기 역시 멋진 습관이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는 기도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펜을 드는 것 조차 힘들었다. 그 때는 어떤 글도 쓸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글을 쓰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기도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진 않지만, 기도만큼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때라는 건 없었다. 새벽이건, 늦은 밤이건 상관 없었다. 다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새벽은 차근차근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주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른 아침, 즉 새벽은 늘 서재에서 시작된다. 새벽에 서재에서 만나는 익숙한 공기는 글을 향한 깊은 소망과 삶을 향한 애착심을 굳건하게 만들어준다. 냉기가 온 세상을 에워싼 한겨울에도, 새싹이 힘있게 올라오는 봄에도,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에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 제일 좋은 것은 가을이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거릴 걷는 것만으로도, 서재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글에 대한 사색이 이루어진다. 가을 새벽 아침은 얼마나 놀라운 소망을 품고 있는가!

고단한 하루, 지친 일상, 삶을 향한 증오와 두려움이 엄습해올 때,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자유라는 이름의 귀중한 선물 덕분에 누구나 파괴적인 선택과 건전한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 그에 따른 책임 역시 본인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새벽 역시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어둠 속에서 조금씩 떠오르는 태양의 아름다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세미한 바람, 태동, 모든 것들을. 그러하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

사진=핀터레스트
사진=핀터레스트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