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된 통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면
도서관 국제비교는 ‘IFLA, Library Map of the World’를 활용할 수도
도서관 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 수준이다
도서관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왜 시민들은 그런 상황을 잘 모를까?
‘주민이 성숙한 지역이 정치의식이 높은가 봐요.’라는 말은 맞는 것일까?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용훈 도서관문화비평가]

며칠 전 페이스북에 페친 ‘책벌레’ 님이 ‘인구 10만 명당 공공도서관 수’라는 제목으로 공공도서관 관련한 국제 비교표와 우리나라 지역별 공공도서관 수를 올렸다.

      페이스북에 올려진 도서관 관련 통계 국제 비교(좌)와 우리나라 지역별 공공도서관 수(우) 
      페이스북에 올려진 도서관 관련 통계 국제 비교(좌)와 우리나라 지역별 공공도서관 수(우) 

우선 사회적으로 도서관 현황에 대한 관심이 반갑고 고마웠다.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의 반응 가운데 ‘서울에 저렇게 많은 도서관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분도 있고, 이에 대해서 ‘모르는 사이에 도서관이 많이 생겼다’는 대화가 이어졌다. 어떤 분은 ‘뉴욕에도 살아봤지만 체감상 서울이 훨씬 많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분은 ‘서울시 도서관이 생각보다 많지만, 내부구조나 시설, 소장 도서가 좀 부실하다’며 실제로 지자체 도서관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꽤 부실했지만, 최근 많이 발전했다’는 의견을 전하는 분도 있었다. 서울 뿐 아니라 다른 지역 도서관 사정이 이야기되기도 했다. ‘주민이 성숙한 지역이 정치의식이 높은가 봐요. 도서관을 더 짓자’라고 쓴쓴 분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체육관 짓는 비용에 비하면 도서관 짓는 비용이 너무 적죠. 앞으로는 도서관을 더 많이~~’라고 글쓴 분은 답글을 남겼다. 

필자는 이 통계를 페이스북에서 공유하면서 ‘도서관 수가 많은 만큼 제대로 도서관서비스가 제공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겠지요’라는 의견을 적었다. 도서관이 많이 있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도서관마다 제대로 운영되는가도 중요한 문제이기에 단지 숫자만 가지고 도서관 상황을 이해한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여기에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한인사서 한 분이 ‘통계 숫자 자체도 의문’이라는 의견을 주었다. 서울의 도서관이 인구 10만명당 11개라면 서울 인구를 천 만 명이라고 할 때 도서관이 1,100개라는 소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과 함께 이전의 여러 분들의 의견이나 대화를 다시금 살펴보면서 도서관 관련한 통계와 의견에 대해 도서관 사람으로 나름의 생각을 말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제시된 통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면

최근 언론 등에서도 자주 ‘사실확인/팩트체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뭔가에 대해 수치를 제시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많은 수치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는 제시한 수치가 사실인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도서관 통계도 그렇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때는 우선 통계의 근거를 직접 확인헤야 한다. 

위에서 우선 세계 여러 나라 도시별 인구 10만명당 공공도서관 수(Public Libraries per 100,000 population)를 비교한 통계는 ‘World Cities Culture Forum(WCCF)’ 자료에 따른 것이라고 출처를 밝히고 있다. 우리말로는 ‘세계도시문화포럼’이라고 부르는 이 모임은 ‘런던시를 주축으로 2012년 설립된 세계 40여 개 문화도시간 정책네트워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부터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이 포럼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세계도시문화포럼_WCCF’ 소개 페이지 참조] 2017년 11월에는 우리나라에서 ‘2017 세계도시문화포럼 서울 총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통계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확실한 실체와 활동을 하고 있는 WCCF가 작성한 것이라고 한다면 믿을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WCCF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고, 그 중 인구 10만명당 도서관 데이터도 제공하고 있다. WCCF는‘도서관(Libraries(per 100,000 Population))’이라는 항목으로 데이터를 공개한 것인데, 이걸 SNS에 올리면서 제목을 ‘공공도서관’으로 바꾼 것 같다. WCCF 홈페이지에서 공공도서관만을 다룬 데이터는 볼 수가 없다.

또 한 가지 WCCF 제공 데이터와 페이스북에 공개된 내용을 보면 순위나 수치가 다소 다르다.  WCCF가 공개한 37개 도시 중 도서관이 가장 많은 곳은 바르샤바로 11.98, 그 다음이 서울로 11.5다. 3번째는 브르쉘로 10이다. 위 도표 그림에서 두 번째로 올려져 있는 난징시는 11.2인데, WCCF가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에서 보면 0.16이다. 차이가 너무 크게 난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그런데 페이스북에 올려진 도표에서 서울시는 ‘11.0/10만명’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이 수치는 언제의 데이터일까? 확인하지 못했다. 

WCCF 홈페이지 데이터에는 각각 수치를 가져온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즉, 바르샤바는 ‘2021 yearly reports of district library activities / voyvodeship library for its activity as district library preformance.’, 서울은 ‘2018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Seoul Culture Index Research 2019)’, 브르쉘은 ‘2015 Dept Culture City of Brussels’, 그리고 난징은 ‘2021 Bureau of Culture and Tourism’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각 데이터의 기준연도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데이터는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19 서울문화지표 조사연구>에 수록된 내용인 듯하다 여기서는 도서관 통계는 국가도서관통계에 기반한 국립도서관과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을 합한 수치다. 페이스북에서 제시한 서울시 도서관 데이터가 11.0이고 WCCF 데이터는 11.5인데, WCCF 데이터는 2019년 통계를 활용한 것이라고 할 때, 페이스북에 올려진 데이터는 적어도 그 이전, 즉 2018년 이전 데이터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나라별로 도서관 통계의 대상이 되는 도서관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일 것일 것이고, 그에 따라 통계를 작성하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작성된 데이터를 모아, 그것을 기반으로 국제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이번 페이스북에 올려진 ‘인구 10만 명당 공공도서관’의 국제비교는 완전히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세계도시문화포럼(wCCF) 홈페이지의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 데이터(좌)와 서울문화재단의 에 수록된 서울시 도서관 수(우)
세계도시문화포럼(wCCF) 홈페이지의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 데이터(좌)와 서울문화재단의 에 수록된 서울시 도서관 수(우)



그림 우측 <머니투데이>가 보여주고 있는 ‘지역별 공공도서관 수’는 몇 년도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일까?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확인해 보면 아마도 2015년 말 기준인 듯하다. ‘아마도’라고 하는 것은 그 해 경기도 도서관 수는 228개, 서울시는 146개다. 그 외 몇 몇 지역의 도서관 수가 통계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경우든, 통계를 제시할 때에는 반드시 근거와 함께 작성연도를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도서관 국제비교는 ‘IFLA, Library Map of the World’를 활용할 수도

다양한 근거와 기준연도의 데이터를 모아 각 나라나 도시의 데이터를 비교하고자 한다면, 그래도 도서관 전문단체가 최대한 객관적이고 비교 가능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제공하고 있는 곳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제적인 도서관 연합체인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수 년 전부터 구축하고 있는 ‘Library Map of the World’가 그것이다. 이 플랫폼은 현재로서는 국가 수준의 데이터와 지역별 여러 기준의 도서관 활동 성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가장 신뢰성을 가진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도서관과 공공도서관, 학술도서관, 학교와 특수도서관 등을 모두 포괄하면서 도서관 수, 인터넷 접근을 제공하는 도서관 수, 직원과 지원봉사자 수, 등록괸 회원과 이용자수, 대출 관련 데이터 등을 제공한다. 물론 이곳도 모든 국가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고, 제공되는 데이터도 나라에 따라 기준 연도가 들쑥날쑥해서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통일된 기준을 지키려고 하고 있고, 도서관 전문단체가 각국 도서관협회 등 공신력을 갖춘 기관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도서관 관련 국제 비교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가장 믿을만하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대체로 2022년 데이터가 제출되어 있다. 아쉽게도 북한의 도서관 통계 데이터는 현재 제공되지 않고 있다.

                                         Library Map of the World 홈페이지 화면
                                         Library Map of the World 홈페이지 화면

 

도서관 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서비스 수준이다

물론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도서관 한 곳 한 곳이 어느 정도 수준의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 상황을 살펴보는데에는 단지 도서관 수뿐 아니라 도서관에 얼마나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서(책이나 각종 자료)의 양과 수준은 어떠한지, 시민을 위해 전문적인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할 전문 사서나 직원은 어느 정도 배치되어 있는지, 도서관 공간이나 시설 수준은 어떠한지 등등, 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정부가 매년 공식적으로 도서관 통계를 작성해서 이를 국가공식통계인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데이터 뿐 아니라 분석보고서, 나아가 운영평가 보고서까지도 함께 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데이터와 자료가 십 수 년, 지속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을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좋겠다. 

도서관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이들 데이터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때 필요한 지역의 인구라든가 해당 지자체의 재정 상황 관련 데이터(예산 규모라든가 재정자립도 등) 등도 도서관 통계에서 보다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도서관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왜 시민들은 그런 상황을 잘 모를까?

여러 사람들은 서울시에 도서관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가 매년 다양한 항목의 통계를 작성하고 공개하고 있음에도 시민들은 이러한 사항을 거의 모르고 있는 것일까? 매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2022년 말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은 연인원 175,709,852명(1,236곳), 작은도서관은 27,971,946명(6,899곳)이다. 합하면 무려 2억명이 넘는다. 서울시만 보더라도 공공도서관 42,990,520(199곳), 작은도서관은 5,379,867명(943곳)으로 약 4,800만여 명이 이른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도서관의 증가라든가 도서관 서비스의 수준에 대해 인지하고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광역대표도서관인 서울도서관도 홈페이지 ‘도서관 찾기’에서는 서울시 소재 여러 유형 도서관에 대한 정보와 지리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검색해 보면 광역대표도서관(1곳)과 함께 국립도서관(3곳), 공공도서관(205곳), 작은도서관(1,122곳), 장애인도서관(10곳), 전문도서관(146곳) 등 모두 1,487개의 도서관이 있다. 자치구별로도 각각 확인해 볼 수 있다.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도서관찾기' 화면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도서관찾기' 화면

 

서울 이외의 지자체와 도서관들도 자신들의 위치나 이용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는 있다. 그러나 평소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관심을 가진 시민들은 도서관 위치나 상황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도서관의 존재나 활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수 있다. 2021년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서관 이용률을 물은 결과 성인의 16.9%만이 도서관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시민 중 상당수는 1년에 한 번도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면, 아무래도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정부나 서울시 등 지자체, 그리고 무엇보다 도서관들 스스로 자신들의 성장과 발전, 활동의 내용 등을 더 적극 알려고 시민들이 도서관을 더 적극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독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서관 활동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기는 하겠지만, 더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매년 정기적으로 매력적인 방식으로 연보 등에 도서관 활동을 정리해서 언론 등을 통해 이를 적극 공개하는 등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주민이 성숙한 지역이 정치의식이 높은가 봐요.’라는 말은 맞는 것일까?

도서관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한 의견이다. 도서관이 많고 이용하는 주민이 많다는 건 뭘 말해 주는 것일까? 그저 주민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빌려가는 것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도서관을 이용해서 지식과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이웃과 공동체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자기는 물론 이웃과 공동체 모두의 성장과 성숙한 민주시민 사회를 만드는 시민의 힘을 키우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저 개인의 취미 생활이나 사적 이익을 위한 도서관 이용에 머물러 있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도서관이 많은 곳일수록,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고 도서관다운 활동이 활발한 곳이라면 그곳의 주민들의 정치나 사회의식과 실천의 수준도 높은 곳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 좋겠다. 

이제 4월 10일이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 이미 정치의 계절이 들어섰다. 정치는 우리 모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 정치를 맡은 국회의원을 직접 선택할 권리를 가진 주권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서관을 통해 정치후보자들의 주장이나 공약 등이 과연 적절한지, 실현 가능하기는 한지 등등을 확인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민주시민들의 공동체 공간인 도서관에 대한 입장이나 공약도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마침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가 2월 26일 ‘작은도서관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등 지역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서관에 대한 도서관계(한국도서관협회)의 정책제안도 준비되고 있는 줄 안다.  이러한 정책제안을 잘 살펴보시길 바란다. 좋은 도서관이 많으면 나와 우리 마을의 삶도 좋아진다고 확신하신다면!

사진=핀터레스트
사진=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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