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른 존재',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문학독서

[한국독서교육신문 정성현 세종국어문화원 인문학연구소장]

하경숙 교수는 우리 고전문학의 현대적 변용 양상, 인물의 형상화와 특질을 살피는 작업에 집중하여 연구의 스펙트럼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전문학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인식하고 학계에 새로운 작품을 다소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다. 2017년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저서로는 한국 고전시가의 후대 전승과 변용 연구, 네버엔딩스토리 고전시가, 고전문학과 인물 형상화, 대학생을 위한 맛있는 독서토론(공저), 대학생을 위한 SNS글쓰기(공저), 대학생을 위한 SNS글쓰기(공저), 글쓰기-생각하기-세상읽기 등 도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Q. 현대인이 고전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A. 고전은 단순히 고전으로 끝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고전 속에 스며들어 있는 선험적 지혜와 보편적 인간의 정서, 다양한 삶의 원형은 문학적 관습으로 지금 우리가 접하는 문학 작품 속에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어요. 고전의 연결고리는 인류의 원형 의식, 통과의례적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 노랫말이 가진 미적인 특질 등 문학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장구한 생명력을 갖고 있지요.

고전문학은 단순히 그 자체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 소설, 영화, 뮤지컬, 문화콘텐츠와 같은 다양한 장르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고전을 통해 지향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널리 알리고 있어요. 동시에 현대인이 지닌 가치와 세계관을 알려주고 있지요.

디지털로 이루어진 수많은 문화적인 양상들 역시 영감의 많은 부분은 모두 과거에 그 근원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의 고전을 무한한 소재를 함유하는 보고(寶庫)로 인식해야 하지요.

디지털의 발달과 빠른 문화의 혁명은 대중들로 공허함, 고독이라는 고질병을 안겨 주었는데 이에 가장 큰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는 것 역시 고전문학이예요. 고전문학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의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면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조언해 주는 동시에 인간이 지닌 네버엔딩 스토리의 원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강동문화원 초청특강 @하경숙)
(강동문화원 초청특강 @하경숙)

 

Q. 연구의 방향은?

A. 저는 그동안 고전문학이 가진 문학적 전개와 변용 양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로의 변용과 특질을 살펴보았어요. 특히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수동적이고 고정적인 관념에서 탈피하여 주체성을 찾고 현실 극복의 능력을 지닌 능동적인 인물로의 모색을 중점으로 연구하였습니다.

이는 시대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행복과 즐거움을 찾는 여정, 욕망과 갈등의 해소, 모험과 도전의 의미, 주체적인 인간형을 찾는 작업으로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이예요.

고전문학 속 여성의 서사는 기존의 사회와 대립하지 않고, 소통(疏通)과 상생(相生), 평등(平等)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가믄장아기, 괴똥어미, 금세부인, 뺑덕어미, 막덕어미, 허황옥, 금원, 선녀, 금원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당대의 사회, 인물이 경험하고 목도(目睹)한 특이하고 흥미로운 사건, 배경 등이 세밀히 나타나며 그들의 의식과 세계관을 알 수 있어요. 다시 말해 그 속에는 다양한 현실들이 지속적 재현되고 있으며, 그들이 지닌 특수한 사연은 여성 인물이 지닌 에너지와 저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인간에 대한 끝없는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원천을 마련해 줄 수 있지요.

 

Q. 최근의 관심은?

A. 한국 고전시가가 고전으로서의 위상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어요. 고전시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인식하고 학계에 새로 작품을 발굴하는 한편 여러 연구자의 발굴 동향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조망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의 삶이 잃어버린 세계를 찾고, 텍스트 너머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만 고전문학은 현대와 별개의 것이 아닌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아 숨쉬는 생생한 이야기라는 것을 지금의 독자들이 이해했으면 합니다. 또한 과도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며 삶에 지친 현실의 독자들에게 잠시나마 고전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고전문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

A. 처음 고전문학을 공부할 때 불빛 하나 없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어요. 공부의 길에서 여러 선생님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늘 어둡고 편벽된 사람이었지만 함께 공부하고, 나누고, 믿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친절하고 온유한 사람,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었어요.

()이 좋게도 공부를 하면서 참으로 훌륭한 스승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승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불교 경전 법망경에서 일만 겁()의 인연으로 스승과 제자가 된다는 말이 있어요. 육신(肉身)은 부모가 낳지만 마음이 새로 눈을 뜨게 하는 데에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보면 스승의 존재나 만남 자체가 기적이라 할 만큼 소중합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책은?

A. 박수밀 저자의 오래 흐르면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입니다. 이 책에서는 옛사람의 삶을 이끈 한마디 문장과 그 문장이 드러내는 인생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자는 고전 인물들에게서 우리에게 옮겨 새기고 싶은 문장을 성실히 전하고 그들의 삶의 태도를 생생히 들려줍니다.

이 책은 고전의 가치를 확인하고 옛사람의 삶을 더욱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독자가 책속에 담긴 좋은 구절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삶을 단단히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고전문학을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싶은 여러분께도 추천합니다.

(인도 초청 국제학술대회 발표 @하경숙)
(인도 초청 국제학술대회 발표 @하경숙)

 

Q. 문학을 강의할 때 강조하는 점은?

A. 요즘은 문학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어요. 유튜브, SNS, 게임, 스마트폰과 같은 매체에 익숙하지만 우리의 삶 가까운 곳에 문학이라는 오래된 도구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문학은 다른 예술이 줄 수 없는 그 무엇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문학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가치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지, 행복하다는 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체험하고 성찰하며 깨닫게 됩니다. 문학은 사람을 이처럼 다른 존재’,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독서교육신문 독자여러분,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재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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