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정신분석가이자 소아정신과 의사이며 이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인 한성희 작가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또한 이와 함께 뿐만 아니라 현 국립정신건강센터인 국립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기도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UCLA 방문교수와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의 강연이 지난 2024220일 화요일 저녁 730분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최인아책방에서 진행됐다. 한성희 작가는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를 출간했는데

43년간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돌봐 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한 딸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201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펴내 20만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미국 유학을 떠나 거기에서 직장을 구하고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한 딸은 여전히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서로 떨어져 산 지도 벌써 15, 작년에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에 간 저자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눈엔 늘 어리게만 보였던 딸이 벌써 마흔 살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마흔 살에 지금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휩싸인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인생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릴 것 같아 불안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세상은 지금껏 그 나이 먹도록 해 놓은 게 뭐가 있느냐고 다그친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대다수 마흔 살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는커녕 자괴감에 빠져든다. 그래서일까. 딸이 당연히 알아서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걱정이 되었다. 고민이 많은데 괜히 부모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 혼자만 끙끙 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 것이다. 그래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틈틈이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딸이 마흔 살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 그에 대해 엄마로서, 정신분석가로서 해 줄 이야기들이 있고, 너무 늦기 전에 그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딸아, 네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바로 너 자신이다. 남들이 뭐라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기를이라고 말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사회에서 자기 자리 하나를 마련해 가는 과정이다.

직업인으로서 기능을 익히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올바른 인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일에 몰두하고 인정받으며 신나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그런데 30대가 끝나 갈 즈음에 이르면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면서 열정 또한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문제는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경력이 쌓이는 만큼 회사에서 기대하는 성과가 높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아부어도 부족하다. 더군다나 조직의 허리가 되어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들볶이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감내해야 한다. 집에서는 아직 어린아이들이 엄마만 찾고, 쌓인 집안일과 각종 집안 대소사를 처리하다 보면 쉴 시간은 단 10분도 내기 힘들다. 그렇게 살다 보면 박탈감이 들게 마련이다. 내 인생인데 도대체 나는 어디에 있나 싶은 것이다.

게다가 오늘 열심히 한 그 일을 내일도 똑같이 열심히 해야 하고, 오늘 했던 전쟁 같은 육아를 내일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 그쯤 되면 삶 전체가 벗어날 수 없는 덫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의 삶에 지친 사람들은 묻는다. “인생, 정말 이게 다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 온 걸까?” 그래서 정신분석가 칼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마흔의 흔들림 앞에서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마흔에 접어들며 경험하는 혼란은 전환의 시기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자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가라는 내면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즉 이때의 혼란은 삶을 재정비하고 다시 성장하기 위해 누구나 거치는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저자 또한 서른일곱 살에 중년의 위기를 겪으며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중요치 않은 일들은 과감하게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마흔을 앞두고 인생을 한 번 가지치기할 수 있었고, 그것은 이후의 삶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