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놀이터에 가면 미끄럼틀 등을 타는 건 물론이고 곤충채집을 하는 등 곤충을 엄청나게 좋아했었다. 최재천 교수를 보면 어렸을 때가 생각나곤 한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학자로서 2022년에 했던 인터뷰에서 개미는 40년이 넘었고 까치 25, 긴팔원숭이 15, 돌고래도 10년째 연구를 하고 있어서 지금도 똑같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시작할 때 가졌던 그 마음을 계속 가지고요. 다만 최근에 와서 새롭게 연구하는 게 있는데 찍찍이라고 벨크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연구비가 없어서 못하고 있었어요, 근데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저를 찾아와서 자연에서 새로운 자동차 기술에 대해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고 해서 프로젝트를 같이 시작했어요. 그러던 와중에서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분께서 같이 연구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작은 동물들의 이동에 대해 자동차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는데 되게 재밌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24220일 최재천 교수의 사인회가 교보문고 유튜브를 채널을 통해서 진행됐다. 최근에 출간한 <최재천의 곤충사회>는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로서 통섭적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폭넓은 사회적 화두에 치열하고도 따뜻한 목소리를 내어온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거의 알려진 바 없던 민벌레를 최초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연구한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부터 곤충에서 시작하여 거미, 민물고기, 개구리를 거쳐 까치, 조랑말, 돌고래, 그리고 영장류까지전 생명의 진화사를 인문학과 아우르는 최재천 교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물음을 던진다. “과연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이 책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가 곤충사회를 비롯한 자연 생태계로부터 배워야 할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에 대하여, 그리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닥쳐오는 어마어마한 일들에 대하여 두루 다룬 저자의 강연들과 2023년 열림원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는 최재천 교수가 유학을 떠나 생태학을 공부하고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삶과 연구 이력을 풀어낸다. 젊은 세대에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기를 권하는 진심 어린 당부도 아울러 담겼다. 2이것이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는 인간과 다른 듯 닮은 사회성 곤충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깊이 들여다본다. 이들의 지혜를 모방하고 다른 모든 생명과 지구를 공유하는 공생인 호모 심비우스symbious’로 거듭나기까지. 이어지는 3자연은 순수를 혐오합니다에서 저자는 드디어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한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전환으로서 생태적 전환을 제시한다.

이 책은 “2밀리미터의 작고 아름다운곤충사회로부터 시작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합니다에 이르러 우리에게 아주 불편한 진실을 건넨다. 지구의 기반인 식물계가 무너지고 드디어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지구의 생물다양성 절반 정도가사라지리라는 예측. 최재천 교수가 평생 관찰해온 자연은 결코 순수해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이하며 새로운 종을 만들고 다양화한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이 고갈되는 지금, 생물학자들은 머지않은 미래를 역대 최대 규모의 “6차 대멸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느덧 일상에 깊이 새겨진 바이러스 팬데믹이나 각종 병원체는 절대 인류를 멸종시킬 수 없지만, 다름 아닌 인류가 자초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고갈은 우리 인간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완벽하게위협하며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과 살처분 체제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다양성을 말살하고 있는지, 인간 없는 세상이 얼마나 균형 있고 건강한 생태계일 수 있는지 가감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랜 유전자의 역사 끄트머리에 우연의 확률로 생겨난 인간, 자신들을 최후의 위험으로 몰아넣은 인간. 그러나 동시에 유일하게 유전자의 존재를 알고 탐구하는 인간.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연을 곁에 두고 배우며 삶의 방식을 재정립할 수 있다. 그 동행이자 지침서로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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