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인 만남, 삶을 바꾸는 순간의 중요함
2024년 MZ세대에게 가장 인기 높은 작가와의 만남

[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기자] 2022년 9월 서울옥션에서 조르주 쇠라의 그림을 오마주한 <모리셔스 섬의 일요일 오후> 작품이 1억1500만 원에 판매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화가가 자신의 첫 에세이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일명 ‘도도새 화가’로 알려진 김선우 작가의 <랑데부 :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이다. 도도새는 마다가스카르 동쪽 모리셔스 섬에 살면서 천적이 없는 자연환경에 적응해 버림으로써 나는 법을 잊어버린 새로,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1681년 결국 멸종되었다.

미대에 진학 후 자신의 갑갑한 현실을 자유로운 새가 날개를 잃고 인간의 몸속에 갇힌 '새 인간'의 형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작가는 이후 자신의 새 인간과 도도새를 연결한다. 김선우는 자신의 도도새를 통해 “당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랑데부(Rendez-Vous), 만남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우주항공 용어로는 우주를 유영하는 두 물체가 서로의 속도가 같아지는(속도 0) 그 찰나의 순간에 접촉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선우 작가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랑데부는 운명적인 만남, 삶을 바꾸는 순간의 중요함이다.

막연한 불안과 설렘의 상황에서 '하면 된다'보다 '되면 한다'의 자세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부터 자신만의 답을 찾아 떠난 여행들에서 그는 그 찰나의 순간에 만나는(=랑데부) 경험과 사유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래서인지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여느 철학자의 성찰에 뒤지지 않는다.

서로의 속도가 같아지는 그 찰나의 순간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만나게 된 거야.

<랑데부> p.76

랑데부 :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 / 김선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2월23일 발행
랑데부 : 이 광막한 우주에서 너와 내가 만나 / 김선우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2월23일 발행

경칩인 오늘, 강원도에는 5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고이 옷장 속에 넣어 둔 두꺼운 외투를 다시 끄집어낼 만큼 추운 날이지만, 도록을 연상케 하는 사철 누드 제본의 에세이를 온기 삼아 김선우의 포근함에 스며드는 독서 시간이 되길 바라며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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