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평화롭게 평안한 서른과 마흔을 보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워킹맘의 인생에는 불만과 불안이 더 확실하게 들어차곤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소연 작가는 워킹맘과 잡지사 에디터로서 보낸 19년을 돌아보니까 마냥 피하고 싶었던 불만과 불안이 실은 자신을 움직이고 앞으로 이끌어준 동력이라고 한다. 지난 2024223일 금요일 저녁 730분에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최인아책방 선릉점에서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을 출간한 조소현 작가의 북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조소현 작가는 바쁜 일상과 세상의 질서에 잠식당하지 않고 자신을 단단하게 지키는 지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한편 조소현 작가가 출간한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싱글즈, 보그코리아, 에비뉴엘에서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을 해오며 어떤 세상사도 기사거리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춰온 조소현이 서른에서 마흔이라는 불확실한 시간, 다시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한다. 돌이켜보면 사회에 나온 후 삶의 기본값은 불안이었다. 여자, 워킹맘, 나이 같은 세부 필터를 거치면 세상은 온통 불만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불만과 불안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더 자주 불평하고 더 많이 불안에 떨수록 흐릿했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엄청나게 우렁찬 목소리도, 살이 베일 듯 날카로운 관점도 아니지만 다 같이 불만과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 이 책에는 그 순간들이 담겨 있다. 서른부터 불만이란 감정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막연한 감정만 생겼던 20대와 달리 드디어 문제점의 정체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왜 종일 일하던 의자가 그렇게 불편했을까?’, ‘그냥 밥을 먹을 뿐인데 왜 항상 죄책감이 드는걸까?’ 억울해서 화가 끓다가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일상을 흐물거리게 만들었다. 마흔을 통과하면서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더해진다. 정상에 오른것도 아닌데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불안에 초조하고 조급해진다. ‘부장인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아프면 어떡하지?’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는 점들이 많아서 무수한 표본을 찾아다녔다. 비슷한 고민을 풀어낸 책을 찾았으며, 같은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매우 자주 외부에 있었다. 이 감정의 정체가 내가 유난해서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을 때 불만은 더욱 거세졌지만 불안은 일면 잦아들었다. 신기한 것은, 이런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도움말을 구했던 지인과 전문가도 극히 일부일 텐데 여자’, ‘직장인’, ‘엄마’, ‘나이같은 필터를 거치고 나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가 남았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살고 있다는 기분, 불만과 불안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쓰고 있는 공저자들을 만난 반가움을 얻었다. 해답을 알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허공에 오물거리는 셀프 다짐이나 상대에게 공을 떠넘기는 물음표로 글을 얼버무리곤 했지만 그럼에도 나아가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몰라서 해맑을 수 없다면 제대로 알고 사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조소현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속 한 일화를 소개한다.

울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에 발을 내디디려 하자 친절한 신사가 나타나 여자는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힌다. 이때 울프는 도서관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다니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라고 묻는 대신 나를 들여보내지 않다니 도서관 문지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고 물었다. 조소현은 이 책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역시 항상 나에게 문제를 묻던 내가 상대나 사회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자문하게 된 찬찬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 배우가 인터뷰에 언급함으로써 수년 전 출판된 책 불안의 서가 증쇄에 들어가는 일이 생겼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책에 관심이 쏠린 건 배우가 인상 깊은 구절로 모든 사람 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 꼽으면서 밝힌 자신만의 불안을 치우는 법이 옳아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우리는 모두 불안에 시달리고 불안은 그렇게 매일 치워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소현은 말한다. 조소현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채, 불평을 하면서일상과 세상의 당연한 질서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나를 깨우고 싶은 독자라면 반갑게 환영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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