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이소영 칼럼니스트]

한 권의 책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 후에 많은 정보 중에서 상당수를 잊어버린다. 이런 이유는 정보를 낱낱이 저장하고 정보의 본질적 성질인 지적인 틀(스키마)에 담아 저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자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여러 정보들을 접하고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것을 수시로 구별하여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읽고 있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여러 정보들의 중요성을 분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힌트를 주도록 구성된 책은 그리 많지 않고, 수많은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열거하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는 그 속에 묻혀두는 책도 많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사실들을 상위의 개념이나 일반화 또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다음 그림과 같은 사실 피라미드를 사용하면 중요한 핵심 아이디어를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위 그림의 제일 윗부분에 있는 개념이나 결론과 같은 본질적 지식은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정보이다. 세부적인 내용 중 다른 것은 망각하더라도 이 본질적 지식은 오래 기억해야 한다. 본질적 지식 아래에 위치한 단순 사실은 핵심 개념이나 본질적 지식을 기억하는데 필요한 정보이다. 단기 사실들은 본질적 지식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많이 거론되는 중요 어휘들, 중요 내용들, 논의 내용들이다. 제일 아래 부분에 있는 지지적 세부 내용은 핵심 내용들에 깊이를 더해 주는 세부적 정보들로서, 책의 내용들을 하나되게 이어주는 의미론적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지지적 세부 내용들은 글을 이루는 자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여러 정보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응집된 메시지로 조직할 때 일어난다. 책에서 정보들의 관련성을 파악해서 이를 사실들의 조직인 지적인 틀중 하나로 묶는다면 글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이해로부터 결론도 도출할 수 있고, 일반화도 꾀할 수 있고, 더 넓은 개념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미숙한 독자 중에는 자칫 책이란 수많은 사소한 사실들의 덩어리로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이들은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한다는 독서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서교육에서는 독자들의 독서를 도울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고, 여러 개별적인 사실들을 의미 있는 연결체로 묶어 장기 기억이 가능하도록 연습하기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독서를 하면서 사실 피라미드를 사용한다면 동물 농장의 인물이나 구성은 기억하지 못하더라고, 권력의 부패 그리고 핍박받던 사람이 핍박자가 된다는 조지 오웰의 기본 전제는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핀터레스트, ⓒLaMenteEsMaravillosa
사진=핀터레스트, ⓒLaMenteEsMaravill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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