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고경진 기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마법의 언간독이 들려주는

타임 슬립 역사 동화

책의 제목 언간독한글을 뜻하는 언문편지를 지칭하는 용어 간독이 합쳐진 말로 한글 편지를 쓰는 방법을 담은 교본을 뜻합니다.

정명섭(지음)/불곰(그림)/특서주니어/2024
정명섭(지음)/불곰(그림)/특서주니어/2024

일촉즉발,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는 타임 슬립 역사 동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데려다 줍니다.

몰래 야학당 문밖에서 글을 배우셨다는 증조할머니의 유품, 언간독을 품에 안고 잠든 주희, 그런데 깨어나 보니 1937년의 옥천에 뚝 떨어져 버렸습니다! 과거에서 만난 증조할머니 갓난이에게 글을 알려 주던 주희는 언간독에 숨겨진 태극기를 발견하지만 곧 순사 보조인 보조원 민태에게 쫓기게 됩니다.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독립운동을 해야만 했던 주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브카라디브카! 소원을 들어주세요

조선 사람이 왜 일본어를 배웁니까?”
갓난이 오빠가 어이없다는 듯 묻자 챙이 달린 빵모자를 벗은 민태가 능글맞게 웃었다.

황국 신민이면 당연히 일본어를 가르쳐야지. 조선은 없어진지 오래야.”

중략

야학에서 가르치면 되잖아요.”
그런데 문제가 있어. 다른 야학 교사나 학생들은 여학생이 오는 걸 싫어해.”
-본문중에서

 

 

<정명섭 작가&생각>
사람들은 저에게 묻습니다. 왜 역사를 좋아하느냐고 말이죠. 제가 역사를 좋아하는 건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언간독은 실제로 제 할머니의 유품입니다. 야학에 다녔지만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네요. 여성에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던 추운 겨울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가며 한글을 공부하셨습니다. 그걸 기특하게 생각한 야학 선생님이 준 선물이 바로 언간독이라고 하네요. 1929년에 만들어진 책이니까 거의 100년이 된 책이에요. 굉장히 낡고 오래되었지만 글씨는 뚜렷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건 공부를 하고 싶어 하셨던 할머니의 열정도 꿈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로 어머니가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하셔야 했기 때문에 외할머니가 우리들을 키워 주셨습니다지금도 기억나는 건 일을 너무 많이 한 탓에 갈고리처럼 구부러져서 펴지지 않던 엄지손가락과 푸근한 미소입니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프면 눕혀 놓고 밤새 배를 문질러주셨고, 딱딱한 깍두기를 잇몸으로 깨물어서 제 숟가락 위에 올려 주셨죠. 외할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이 없었다면 저는 이렇게 잘 자라지 못했을 겁니다저를 사랑으로 길러주신 외할머니의 유품과 함께 할머니의 이야기를 상상력을 더해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억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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