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
 

올해는 어린이 책의 해이다. ‘책의 해는 작가 단체(한국작가회의), 출판사 단체(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도서관 단체(한국도서관협회), 서점 단체(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독서단체(책읽는사회문화재단) 등 책 생태계를 아우르는 민간 단체들이 모인 책의 해 추진단’(단장 안찬수)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후원하여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해 추진하는 민관 협력의 독서 진흥 캠페인 사업이다.

3월 12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열린 '2024 어린이 책의 해' 출범식
3월 12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열린 '2024 어린이 책의 해' 출범식

 

지난 4년 동안의 주제 및 대상은 청소년(2020), 60+ 고령층(2021), 청년(2022), 4050 중장년(2023)으로 세대별 책의 해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그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올해 어린이 책의 해이다. 올해 특성에 맞추어 추진단에는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어린이 독서단체인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어린이책시민연대가 새롭게 합류했다. 312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강당에서 조촐한 출범식을 개최하고 ‘2024 어린이 책의 해의 출범을 알렸다.

      '2024 어린이 책의 해' 포스터
      '2024 어린이 책의 해' 포스터

 

올해의 슬로건은 , 친구가 되어줘!”이다. 어린이가 책에게 친구가 되자고 하는 말이자,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이 책과 친구가 되도록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어린이들이 스마트폰보다는 책을 친구 삼아 평생 독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로고와 포스터는 2022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박현민 작가가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와 책 모양을 결합한 일러스트는 마치 책 코끼리처럼 보이기도 하여 책끼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독특하고 정감이 넘치는 로고와 포스터는 다양한 굿즈로 제작되어 친근한 일상용품으로 재탄생할 예정인데, 이는 올해 문체부의 책의 해 사업비 지원이 다른 독서 진흥 예산과 함께 전액 삭감된 데 따른 자구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 예산이 없으니 책의 해 사업 추진도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를 불식하며 민간 단체들이 합심하여 출발한 어린이 책의 해가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추진할 주요 사업은 10가지다. 전국의 작은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책을 읽고 권하는 <어린이가 권하는 어린이책>, 100명의 어린이책 작가가 어린이들과 만나는 프로그램인 <책끼리와 함께 작가가 간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발표된 한국동화 중 좋은 동화를 선정해 전국 도서관 등에서 전시하는 <한국동화 100, 우리 동화 100>, 지역서점 동아리 등이 참여하는 어린이책 저자들의 온라인 대담 <YES KIDS! 나는 어린이입니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이 읽어준 책의 목록을 살피며 책읽어주기운동의 역사를 짚어보는 <책읽어주기운동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최근 출판된 어린이책에 대해 분석한 <2024 어린이책 경향 발표 및 추천도서 전시>, 어린이 해방 선언 100년을 맞아 어린이책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하는 <어린이책 금기를 넘다, 다양한 어린이를 만나다>, 어린이 독서환경 개선을 위한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에 대해 논의하는 <어린이 책생태계 포럼>, 어린이와 양육자의 종합적인 독서실태를 파악하고 정책 방향에 대해 제안하는 <어린이 독서실태 조사>, “매월 첫 번째 주말은 어린이와 함께 서점도서관에 가는 날을 알리고 어린이 독서문화 활성화를 자극하는 <연중 캠페인 및 챌린지> 사업이 그것이다. 그 밖에 추진단은 어린이 독서 관련 법제도 개선과 네트워크 구축, 어린이 책 문화기금 조성을을 통한 장기적인 어린이 독서환경 조성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해와 달리 올해 책의 해 사업에서는 사회적으로 함께 실천해야 할 네 가지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했다. “책은 어린이 스스로! 직접 골라요! 하루 10,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주말엔 손잡고 책방이나 도서관에 가요! 어린이들에게 책 읽는 어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세요!”가 그것이다.

한시적인 캠페인 사업이나 행사로 달라질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날로 사막화가 진행 중인 독서 생태계를 키우고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 올해 어린이 책의 해는 어린이를 위한 사업 계획이 일부 예정되어 있지만, 그 실질적인 대상은 대부분 어른이다. 기성 세대가 바뀌지 않으면 어린이 독서환경은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 가지 실천 사항의 제안에도 있는 것처럼,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는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도서관과 서점을 주기적으로 함께 찾아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일부터 시작하여, 어린이 스스로의 눈으로 책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도록 돕고, 어린이가 책 읽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자라도록 독서교육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가정에 어린이가 없는 경우라도 주변의 어린이에게 책 선물하기,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 활동 참여, 책이 필요한 어린이 복지시설에 책 보내주기, 어린이 독서단체 후원 등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독서문화진흥법에서 정의하는 독서소외인, 즉 신체적사회적경제적지리적 문제로 인해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려운 어린이가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적지 않다. 어린 시절에 비독자로 자란 사람이 나중에 독자로 바뀌기는 어렵다. ‘어린이 책의 해의 취지에 공감하고 뜻만 있다면 가능한 방법을 추진단과 의논하는 것도 좋겠다(사무국 070-4348-1155).

  • 어린이집,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및 돌봄센터, 다문화센터,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동네책방 등을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행사나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올해 어린이 책의 해는 모든 어린이가 책 읽기의 즐거움을 체득하며 건강하게 자라는 나라, 책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과 꿈을 키우는 사회를 가꿔 나가기 위한 하나의 계기이자 자극제다. 어린이책을 읽고 쓰고 만들고 향유하는 이들, 그리고 이를 응원하는 이들이 그 가치를 공유하며 작은 힘을 보태는 함께하는 어린이 책의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Pack Hyun_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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