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서교육신문 전준우 칼럼니스트]
 

길을 가다가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을 본 적이 있다. 사는 게 참 팍팍하구나, 경제가 어려우니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했다. 함께 길을 가던 지인은 뜻밖의 말을 던졌다. 저 사람은 무례한 데다 배우지 않기 때문에 리어카를 끄는 것이다,라고. 지인 역시 30대 초반에 리어카와 작은 트럭으로 폐지를 줍던 사람이었으나, 불과 10년 만에 직원을 여럿 거느린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그를 한 번 만난 사람은 그 이외에 어느 누구와도 거래를 하지 않았다. 오직 그와만 거래를 했다. 그때의 경험이 이후 출간된 저서의 한 챕터를 차지했다.

인간의 마음은 6가지 단계를 거친다. 자신감-자만심-교만-실패-반성-행복의 단계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 중에서 이 6가지 단계를 거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은 모른다는 말도 있듯이, 사람의 마음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 다만 대화를 나눠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6가지 단계 중에서 어디에 속했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심리학에 관심을 가질 것도 없다.

어떤 글을 쓰든지 글쓰기 그 자체는 쓰는 사람의 자유지만, 글쓰기 자체가 인간을 탐구하는 탐구의 영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쓸 필요가 있다. 최근에 다녀온 핫플레이스, 맛집, 멋집, 일상 공유의 글이 아닌 이상, 글쓰기는 최상위층에 속하는 지식인들의 전유물이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그림을 보고, 좋은 글을 접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회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써야 할 글의 방향성도 보인다. 글쓰기는 책상에 앉아서 쓰는 것부터 시작이지만, 답청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답파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다 보면 풍부한 글감이 생기는 게 기본이다. 자연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사물로부터 보고 듣고 깨달은 지혜는 책상머리에서는 별로 생기지 않는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답청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신문을 읽고, 여행을 가고, 시장에서 사람을 구경하라. 국어사전 한 권 분량의 원고가 나올 것이다.

 

찌는 듯이 무더운 7월 초의 어느 날 해질 무렵, S골목의 하숙집에서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자신의 작은 방에서 거리로 나와, 왠지 망설이는 듯한 모습으로 K다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서두

 

사진=핀터레스트, ⓒHannah H.
사진=핀터레스트, ⓒHannah H.

 

저작권자 © 한국독서교육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